야수진의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되고 있는 텍사스는 최근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부상자 명단(DL)을 들락거렸다. 아드리안 벨트레를 비롯, 카를로스 고메스, 마이크 나폴리라는 스타 베테랑들이 부상의 늪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30대 베테랑 야수 중 유일하게 아직 DL을 경험하지 않은 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부상에 시달렸던 추신수(35)가 그 주인공이다. ‘건강’을 화두로 삼은 추신수는 올해 51경기에 나가 타율 2할4푼7리, 출루율 3할6푼2리, 장타율 0.396, OPS(출루율+장타율) 0.758, 7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2014년 텍사스 이적 후 추신수를 둘러싼 가장 부정적인 단어는 역시 부상이었다. 잔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올라갈 법하면 부상이 가로막았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른 추신수의 회복력이 예전만 할 수는 없었다. 특히 지난해는 최악이었다. 각기 다른 부상으로 무려 네 번의 부상자 명단에 오른 통에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풀타임 주전 선수가 된 뒤 최소 경기 출전이었다.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바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추신수는 올해 목표가 다소 소박했다. “아프지 않고 뛰겠다”는 것이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예전과는 다른 루틴으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여유와 신중이 공존했다. 그 결과 초반에는 부상 악령에서 완전히 탈출한 양상이다. 가벼운 통증은 있지만 이는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선수나 다 한 번씩은 거쳐가는 과정이다. 추신수의 경기 출전수는 팀 내 공동 5위다.
“건강하면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던 추신수다. 추신수 정도의 베테랑이니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지역 언론에서도 추신수가 건강을 유지한다면 일정 수준의 공격 생산력은 따라올 것이라 점쳤다. 이견은 없었다. 그렇다면 건강을 찾은 추신수는 텍사스 이적 후 실추된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됐을까. 아직은 아쉬운 점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만회해 나갈지도 관심이다.
전성기와 비교하기는 어려운 나이가 됐지만 눈은 확실히 살아있다. 추신수는 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4.2%의 볼넷 비율, 20.1%의 삼진 비율을 보이고 있다. 14.2%의 볼넷 비율은 텍사스 이적 이후 최고치이며, 최전성기로 기억되는 2013년(15.7%)에 이은 개인 2위 기록이다. 홈런도 어느 정도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타율과 장타율 모두가 하락 추세에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추신수의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0.148로 역시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2011년(.131) 이후 최악의 수치다. 강한 타구의 비율도 하락 추세에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강한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잡아당긴 타구의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우측 방면으로 땅볼이 유독 많이 나와서다. 추신수의 땅볼/뜬공 비율은 올해 2.24로, 자신의 평균인 1.55를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1.53)보다도 훨씬 높다.
아무래도 수비에서 큰 공헌을 하기 어려운 추신수다. 공격 지표의 하락은 전체적인 선수 가치를 깎는다. 그래서 그런지 ‘팬그래프’가 집계한 추신수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아직 0.4에 머물고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도 0.3으로 큰 차이가 없다. ‘팬그래프’ 기준, 추신수의 WAR은 텍사스 야수 중 7위다. 106의 조정득점생산(wRC+)은 추신수의 명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추신수의 2013년 wRC+는 150, 텍사스 이적 후인 2015년도 129였다. 적어도 2015년 정도의 성적은 맞춰야 명예회복의 길이 열린다. 아직 갈 길이 먼 가운데, 어쨌든 건강 유지가 대명제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여름 이후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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