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24·KIA)은 소속팀을 넘어 올 시즌 KBO 리그 최고의 신데렐라라고 할 만하다. 시즌의 40% 남짓에 이른 현 시점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KIA 관계자들도 시즌 전 “중간계투로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으니, 임기영의 깜짝 등장이 주는 충격파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임기영은 9일까지 시즌 12경기에 나가 74⅓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1.82의 쾌속 질주를 벌이고 있다. 2012년 한화의 2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은 임기영은 2014년 송은범(한화)의 FA 이적 당시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군 복무를 거치며 기량이 급상승했다는 평가다. 제구가 안정적이고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체인지업을 무기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금 지나면 꺾일 것”이라던 회의론자들의 시선을 비웃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선발 11경기에서 무려 9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완봉승이 두 차례나 된다는 점이다. 4월 18일 kt전, 6월 7일 한화전에서 자신의 힘으로 9이닝을 모두 정리했다. 선발로서 임기영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 초창기에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완투·완봉을 밥 먹듯이 했다. 그때는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KBO 리그도 21세기 들어 투수 분업화가 정착됐다. 투구수 관리도 점점 철저해진다. 때문에 요즘은 완봉승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실제 2000년 이후 한 시즌에 두 차례 이상 완봉승을 기록한 선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즌으로 따져 26명에 불과하다. 2000·2013·2014·2016년은 아예 해당자가 없었고 국내 선수들은 총 19번에 그쳤다.
2000년 이후 시즌 최다 완봉승 기록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이하 당시 소속팀 기준)가 기록한 4번이다. 3완봉승은 총 5번 있었는데 2001년 최상덕(KIA), 2009년 송승준(롯데), 2010년 류현진(한화), 2011년 윤석민(KIA), 2015년 에스밀 로저스(한화)가 달성했었다. 류현진-윤석민이라는 당대를 대표한 거물급 투수들도 한 시즌에 세 번 넘게 완봉승을 기록한 적은 없다.
실제 임기영의 지금 이 기록도 2012년 서재응(KIA), 윤석민(KIA), 노경은(두산·이상 2회) 이후 최고의 페이스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임기영이 한 번 이상 더 완봉의 기회를 가져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기록이지만 이미 두 번이나 그런 모습을 보여준 임기영이기에 관심이 모인다.
100구 이상을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는 기본적인 스태미너가 있는데다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 임기영이다.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투구수의 가장 큰 적인 볼넷 허용도 적고, 위기관리능력도 가졌다. 물론 완봉의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런 흐름이 만들어졌을 때 임기영의 투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