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충전’ 박종훈, 이제는 바다로 나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10 09: 20

“그 정도 피안타율을 가지고 평균자책점이 5점대라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난 오키나와 캠프 당시 SK 잠수함 박종훈(26)은 주위로부터 들은 조언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박종훈은 이제는 희귀해진 정통 언더핸드 투수다. 공을 놓는 지점은 KBO 리그에서 가장 낮다. 전 세계 야구 선수 중 박종훈만이 던질 수 있는 높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치기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와 같은 유형이 낯선 외국인 선수들은 “뭐 저런 투수가 다 있나”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실제 박종훈의 피안타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박종훈의 피안타율은 2할7푼이었다. 이는 140이닝 이상을 소화한 리그 전체 투수 중 9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었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은 5.66으로 높았다. 피안타율 2할7푼 이하, 5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이질적인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선수는 박종훈이 유일했다. 박종훈,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낮은 피안타율에도 불구하고 2015년과 2016년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다.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해봤다. 처음에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볼넷을 주지 않으려 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직구-커브 투 피치 유형에서 벗어나고자 다른 구종 장착에도 열을 올렸다. 그래도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공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항상 불안했다.
선발 3년차를 맞이한 올 시즌 초반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볼넷을 비롯한 사사구가 끊임없이 나왔다. 투구수가 많아지니 이닝소화도 적었다. 지난해 전철을 그대로 밟는 듯 했다. 어깨가 처졌다. 하지만 그때 박종훈을 일으킨 것은 주위의 믿음이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박종훈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썼다. 데이브 존 코치는 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자신감’ 딱 하나만 강조했다. 포수 이재원은 박종훈의 편에 서 볼 배합을 했다. 상황과 타자마다 자신 있는 구종 위주로 끌고 나갔다.
그렇게 시나브로 달라진 박종훈은 최근 어뢰의 영점이 제대로 잡혔다. 최근 5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 투구, 그리고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딱 한 차례 3실점도 5월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을 던진 와중에 허용한 것이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도 세 번이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2.17에 불과하다.
망설이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머리를 비우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결과 무엇보다 볼넷이 줄었다. 박종훈이 최근 5경기 29이닝에서 허용한 볼넷은 단 4개다. 9이닝당 개수로 환산하면 1.24개에 불과하다. 피안타율은 2할1푼7리, 피출루율은 2할6푼3리다. 리그 특급 에이스도 기록하기 어려운 수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86까지 내려왔다. 팀 내 토종 선수로는 최고, 리그 전체로도 15위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던지면 된다”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주위의 모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박종훈의 문제는 구위가 아닌 자신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지금의 페이스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안감 속에 스스로 닻을 내려버린 잠수함은 이제 팀 내 경쟁이 아닌, 리그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바다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연료는 자신감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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