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알쓸신잡', 우리가 몰랐던 스물일곱 청년 유시민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0 06: 49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가을 방송된 JTBC ‘썰전’을 통해 유시민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냉철한 분석과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패턴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알쓸신잡’에서 유희열,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과 식사를 하고 유쾌한 수다를 나누며 그간 접할 수 없었던 색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어제(9일) 방송에서는 아무도 몰랐던 젊은 청년 시절을 이야기해 이목이 쏠렸다.
지난 1978년 서울대학교 사회계열에 입학한 유시민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으로 1980년대에 두 차례 제적과 복학을 거듭한 끝에 1991년 경제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85년에는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배후조종자로 몰려 구속된 후 옥중에서 항소이유서를 작성했다.

유시민은 이날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날 경찰이 잠깐 보자고 해서 슬리퍼 끌고 동네 다방에 갔다가 잡혀갔다”며 “저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주범이라고 자백했다’고 적혀있더라. 항소 이유서를 써야하는데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항소이유서를 계기로 하나의 전설이 되어 버린 유시민. 서울대 학생들은 물론 암암리에 판사들도 돌려봤을 정도로 논리적인 명문이 가득해서다. 항소이유서란 항소의 이유를 기재한 문서인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불복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항소이유서를 쓴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순수하게 쓴 시간은 14시간 정도 걸렸다. 퇴고는 없었다. 총 세 부를 만들어야 해서 미농지 중간 중간에 먹지를 깔고 안 나오는 볼펜으로 썼다”며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머릿속으로 미리 생각을 해서 원고지 100장 분량을 완성했다. 중간에 한자를 써야할 때는 미리 연습을 한 뒤 괄호 안에 한자를 반드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가이자 작가인 유시민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쳐 온 평범한 젊은이들 중 하나였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그의 또 다른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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