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와 유한준이 타순에서 계속 붙어있었다. 외국인 선수 가세로 그 둘을 떨어뜨려 한결 매끄러워진 타선을 기대한다".
kt는 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27) 영입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0일 조니 모넬을 웨이버 공시한지 꼭 20일만이다. kt는 로하스 영입으로 타선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모넬은 올 시즌 28경기서 1할6푼5리, 9타점으로 부진했다. '한 방'을 기대했던 kt로서는 낭패였다. 성격 등 적응력 면에서는 준수했지만 정작 야구장 안에서 비치는 모습이 아쉬웠다. 김진욱 kt 감독은 그를 1군에서 말소하며 심리적 휴식기를 보장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kt는 모넬을 웨이버 공시하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장타 능력을 갖춘 선수를 데려올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로하스는 그 기준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선수다. 우선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말에는 부합한다. 모넬은 1루수 자원이다. 그러나 로하스는 중견수를 기본으로 외야를 소화하는 선수다. 전임자의 포지션과 무관한 영입인 셈이다.
장타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선수가 아닌 '호타준족'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로하스가 제격일 수 있다. 지난 2010년 피츠버그에 3라운드 지명된 로하스는 올 시즌 애틀랜타 산하 트리플A팀 귀넷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54경기서 타율 2할5푼9리, OPS(출루율+장타율) 0.723, 6홈런, 3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837경기서 타율 2할5푼8리, 46홈런, 325타점, 94도루. 연간 10~20도루를 기록한 셈이다. 도루 커리어하이는 2011년 기록한 23도루. 성공률은 62%로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스피드 자체는 지닌 선수다.
김진욱 감독은 9일 창원 NC전에 앞서 "로하스를 4번타자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3~4번 타순을 맡고 있는 박경수와 유한준를 떨어뜨려 효과적인 공격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거기에 최근 상승세를 띄고 있는 김동욱이 하위 타선에 포진한다면 무게감만큼은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다.
김진욱 감독은 "외야수인데도 3라운드에 지명됐다는 건 수비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라며 "콘택트 능력이 좋고 수비를 잘하는 선수다보니 적응이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로하스의 역할은 4번타자 겸 중견수가 될 전망이다.
kt는 현재 오정복(좌익수)-이대형(중견수)-유한준(우익수)으로 외야진을 꾸리고 있다. 현재까지 '장외 타격왕'으로 만개한 오정복은 물론 '리드오프' 이대형, '간판타자' 유한준 모두 타선에서 빼기 힘든 선수다. 그렇다면 이들 중 한 명이 지명타자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동욱이 1루를 소화하게 될 것이다.
외야수들은 긴장하고 있다. kt는 로하스 영입이 발표된 9일 NC전을 5-6으로 분패했다. 그러나 이대형이 1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하준호가 3루타 한 개로 1득점, 유한준이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기존 선수들이 경각심을 느끼며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만일 로하스가 KBO리그에 연착륙한다면 '메기 효과'마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올 시즌 팀 타율 8위(.266), 팀 OPS 최하위(0.712)로 처져 있는 kt가 바라는 상황이다.
kt가 로하스 영입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로하스는 빠르면 16일 수원 한화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ing@osen.co.kr
[사진] 로하스(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