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최고령' 최영필 은퇴…세월과 맞서는 베테랑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10 06: 35

2년 연속 'KBO리그 최고령' 타이틀을 지키던 최영필(43·전 KIA)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그 자리는 조인성(42)이 물려받았다. 조인성을 비롯해 만 40세의 나이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 모두 아름다운 마지막을 원하지만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지난 2월 KBO가 발표한 2017시즌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850명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7.5세다. 모든 구단은 해마다 젊은 선수 육성을 기치로 내걸지만 '베테랑'의 존재 역시 필요하다. 올 시즌 등록 선수 중 만 40세(1977년생)를 넘긴 이는 총 7명이다.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이들은 여전히 야구장을 누비고 있다.
▲ '2년 연속 최고령' 최영필 은퇴…그 몫은 조인성에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BO리그 최고령으로 이름을 올렸던 최영필은 9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아들과 함께 뛰는 게 목표다"라고 밝힌 그의 다짐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최영필은 KIA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야구인생의 2막을 열 예정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1970년대생들도 서서히 그라운드를 떠나고 잇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1974년생 이병규, 1977년생 홍성흔, 1978년생 정현욱이 나란히 은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들이 있다.
최영필이 떠나며 KBO리그 최고령은 1975년생 조인성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기록은 아쉽다. 조인성은 올 시즌 16경기에 나서 타율 1할3푼8리(29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상황. 아직 퓨처스리그에서도 출장 기록이 없다.
한화는 현재 허도환과 차일목으로 1군 포수진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인성이 부상에서 회복되더라도 올 시즌 초 트레이드로 데려온 최재훈의 입지가 굳건하다. 조인성을 대표하는 '앉아쏴'가 팬들 앞에 선보여질 기회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 '은퇴 시즌' 이승엽과 이호준이 그리는 '아름다운 이별'
1976년생 선수 네 명이 조인성의 뒤를 따른다. 삼성 이승엽과 NC 이호준, KIA 임창용, 한화 박정진(이상 41)이 그 주인공들. 이 중 입지가 가장 탄탄한 건 역시나 '라이온킹'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53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2리, 9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3~4월 26경기서 타율 2할5푼3리, 4홈런, 15타점에 그쳤지만 날씨가 더워지며 조금씩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상징성을 떠나 기량만 두고 봐도 삼성을 대표하는 타자는 이승엽'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호준 역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호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경문 NC 감독이 '리빌딩' 버튼을 누르며 이호준을 비롯해 이종욱, 손시헌 등 고참들을 명단에서 제외한 것. 그러나 이호준의 필요성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왼쪽 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4월께 그에게 1군 동행을 지시했다. 배려 속에 부상을 회복한 그는 지난달 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16경기서 타율 1할3푼(23타수 3안타)에 그쳤지만 6타점을 올렸다.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 투입되며 얻어낸 결과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의 조커다"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팔꿈치 염증으로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됐다.
이승엽과 이호준은 올 시즌을 마친 후 은퇴를 선언했다. 매년 강제로 유니폼을 벗는 스타들이 한두 명씩은 나왔던 KBO리그에서 본인 스스로 떠나갈 시점을 정한 것. 이들이라면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KBO리그의 은퇴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불펜투수 임창용과 박정진은 혹독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도 '클로저'로 낙점받았던 임창용은 올 시즌 25경기서 4승 4패 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 중이다. 임창용의 부진으로 김기태 KIA 감독은 집단 마무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창용이 감을 회복하자 그에게 다시 뒷문을 맡겼지만 여전히 신통치 않다. 임창용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보유 중인 KBO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277개)에 도전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박정진 역시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박정진은 올해 26경기서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4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250)과 WHIP(이닝당 주자 허용, 1.67) 모두 수준 이하는 아니지만 집중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앞선 두 시즌, 매년 70경기 이상 소화했던 후유증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40대 막내' 송신영 & '1군 출장無' 김원섭과 정대현
그 뒤를 잇는 건 1977년생인 한화 송신영(40)이다. 앞선 두 시즌을 통틀어 29경기, 83⅓이닝을 소화한 그는 올해도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5경기서 6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26을 소화한 뒤 지난 4월 29일 말소됐다. 구단이 밝힌 사유는 무릎 통증 여파. 이후 퓨처스리그에서도 등판 기록이 없다.
만 40세는 아니지만 1978년생인 KIA 김원섭과 롯데 정대현(이상 39)에게도 올 시즌은 차갑다. 김원섭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 퓨처스리그에서는 14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8리, 2홈런, 7타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지난달 6일이 마지막 출장 기록이다. 김원섭은 일찌감치 올해를 야구인생 마지막 시즌으로 정해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짜릿한 끝내기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던 김원섭. KIA 팬들은 그의 마지막에 박수를 보낼 기회를 원하고 있다.
정대현 역시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SK 시절 '여왕벌'로 군림했던 그는 지난 2012시즌을 앞두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5시즌 통산 185경기서 157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3.20. 올해는 출장 기록이 없다. 퓨처스리그에서는 8경기 등판해 7⅔이닝을 소화하며 1홀드를 기록 중이지만 그 역시 지난달 6월이 마지막 등판 기록이다.
냉정히 말해 팬들 앞에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건 선택받은 소수의 특권이다. 40세가 넘는 나이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에게 이러한 특권은 당연한 것만 같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는 걸까. 전설들과 작별할 시간이 점차 가까워 오고 있지만 팬들은 그들을 보낼 준비를 미처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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