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충돌은 없었다.
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와 삼성의 시즌 7차전을 앞둔 오후 6시, 양 팀 주장들이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삼성 주장 김상수, 한화 임시 주장 송광민이 서로 모자를 벗고 인사하며 손을 맞잡았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오해와 앙금이 눈녹듯 사라졌다.
양 구단이 협의하에 마련한 화해의 자리였다. 두 팀은 지난달 21일 대전 경기에서 보기 드문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윤성환이 3회말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에게 연속 사구를 던진 게 발단이 되며 두 차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고,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경기 당일 삼성 윤성환·페트릭·김승현, 한화 비야누에바·정현석 등 무려 5명의 선수들이 무더기 퇴장당했다. 뒤늦게 폭행 사실이 드러난 삼성 김재걸·강봉규 코치도 선수들과 함께 출장정지 및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비야누에바는 난투극 중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는 등 상처만 남긴 난투극이었다.
그로부터 19일이 지나 같은 장소에서 두 팀이 만났다. 오후 4시 삼성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해 그라운드에 나올 때 한화 선수들과 마주쳤다. 양 팀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도 각자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집단 난투극의 앙금은 이미 지난 일이 되어있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난투극 이후 첫 대결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잘 알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타자를 맞힌 투수가 손 한 번 들어주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이미 지난 일이다"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경기 전 이상군 감독대행을 인사차 만난 삼성 김한수 감독도 "(난투극과 관련해선)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경기 전 주장들이 만나기로 했는데 그러면 된 것이다"며 더 이상 일이 확대되질 않길 바랐다.
경기에 들어서가도 큰 충돌이 없었다. 4회 1사 2루에서 한화 알렉시 오간도의 148km 강속구가 김헌곤의 몸을 맞혔지만 감정 싸움은 없었다. 한화 포수 허도환이 김헌곤에게 다가가 먼저 몸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난투극 이후 첫 대결에 관심이 쏠렸지만 양 팀 선수들은 묵은 감정을 털고 야구에 집중했다.
경기 내용도 박진감이 넘쳤다. 2회초 삼성이 이승엽의 투런포로 기선제압하자 한화가 곧 이어진 2회말 2루타 4개로 4득점을 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한화가 6회말 이성열의 솔로 홈런으로 달아났지만 삼성도 8회초 한화 불펜에 2점을 뽑아내며 1점차로 쫓아갔다. 결국 9회초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1사 만루에서 김정혁이 좌익수 키 넘어가는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로 포효했다. 8-5 삼성의 역전승.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다. 주먹과 발이 오간 난투극 대신 치고받는 치열한 야구로 팬들에게 어필한 한화와 삼성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