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모습을 못보였다".
KIA 최고령 투수 최영필(43)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KIA는 9일 한국야구위원회에 투수 최영필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최영필은 지난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이후 21년만에 유니폼을 벗게 됐다. 통산성적은 549경기에 출전해 50승63패16세이브 58홀드, 평균자책점 4.73를 기록했다.
최영필은 현대를 거쳐 2001년 한화로 이적했고 2012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3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에 실패해 은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2014년 KIA의 요청을 받아 입단했고 투수로 재기에 성공했고 3년 동안 불펜의 필승조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해 충수염 수술 후유증으로 개막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5월 28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1군에 올라왔지만 2경기만에 은퇴를 결심하고 구단에 의사를 전달했다. 1⅓이닝동안 5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그날 이후 더 이상 현역 생활을 무리라고 판단하고 구단에 은퇴의사를 표했다.
-올해 2경기만에 그만두게 됐다. 언제 은퇴를 결정했는가
▲창원에서 결정했다. 더 하려고 욕심냈으면 더 했겠지만 때가 된 것 같다. 예전부터 1이닝 혹은 한 타자를 못막으면 옷을 벗겠다고 이야기 했다. 지금이 그때이다. 감독님도 편하게 쓰시지 못했다. 확실한 모습을 못보였다. 더 이상 있는 것 자체가 팀에게 도움되지 않는다.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21년동안 최고령 투수로 활약했고 아쉬움이 크겠는데?
▲긴 시간 투수로 계속 살아왔으니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은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팀 성적이 좋아 조심스러웠지만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두 번이나 팀에서 짤린 경험도 있었다. (웃음)
-기뻤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프로 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상황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한화에서 FA 미아로 SK에 입단한 이후 첫 경기, 그리고 다시 SK에서 나와 KIA 선수로 첫 경기가 나름 긴장되었다. 내 볼이 궁금하기도 했다. 2006년 한화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에서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내심 올해는 우승 반지 끼고 은퇴하는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나 혼자만의 욕심이다.
-아들과 함께 뛰는 꿈은 실패했는데
▲이미 접었다. 아들(종현군·경희대)이 고교 3학년때 몸 상태가 안좋았다. 욕심냈으면 프로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재활을 권유했다. 혼자 힘으로 만들어 프로에 오라고 했다. 그동안 부담스러워할까봐 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옆에서 프로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분명하게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보다는 2군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다. 예전 선배들은 더 열악했지만 지금은 시설과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 이런 것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는 동안 목표 한 가지에만 매진해서 올인하면 좋겠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생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빠르거나 늦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기회는 온다. 지도자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남은 시즌을 보내는데 향후 일정은?
▲일단 올해는 KIA와 계약이 남았다. 어떤 보직이든 맡겠다. 감독과 구단의 결정대로 할 것이다. 남은 기간 최대한 열심히 팀에 도움이 되는 방법 찾겠다. 선수는 끝났으니 이제는 후배 선수들에게 갖고 있는 마인드, 멘탈 부분을 많이 전달해주고 싶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