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장타자’ 장하나(25,비씨카드)의 시원한 샷이 제주 하늘을 갈랐다. 살갗을 말리는 6월의 태양 아래, 오후조에 편성 돼 경기를 펼친 탓에 갤러리들의 굵은 함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바람소리 시원한 장하나의 샷은 신이 나서 돌았다.
장하나는 9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 6527야드)에서 막을 올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1회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에서 김민선(25,비씨카드), 성은정(18)과 더불어 1라운드 18홀을 돌았다.
KLPGA 투어에서 이 셋이 한 조로 묶인 것 자체가 볼거리다. 시원한 장타를 쏘아대는 대표적인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장하나는 ‘원조 장타자’의 명성을 바탕으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까지 진출해 맹활약했고, 김민선 또한 KLPGA 투어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62야드(2위)를 기록하고 있는 장타자다. 지난해 US여자주니어와 US아마추어대회를 동시 석권하며 ‘괴물 아마추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성은정 또한 비거리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한다.
이들 셋을 한 조로 묶은 배경에는 KLPGA 투어가 올 시즌부터 시도하고 있는 ‘스토리텔링 조’편성과 관련이 있다. 3라운드 경기에서 1, 2라운드는 사실상 성적보다는 선수 위주로 관심이 흐르기 마련인데, 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스토리를 엮어 처음부터 조편성을 한다는 전략이다.
중계팀도 처음부터 이들 셋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연출을 했다. 드라이버를 든 매 홀 비거리를 재고, 그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비거리로만 보면 성은정의 근소한 우세였다. 드라이버를 들 수 있는 14개의 홀 중에서 성은정이 7개홀에서, 김민선이 6개홀에서, 그리고 장하나가 1개 홀에서 최장거리를 기록했다.
‘장타’라는 주제로 한 조로 묶이긴 했지만 성적은 제각각이었다.
가장 앞선 달린 선수는 장하나였다. 장하나는 2번 홀 보기로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 빠르게 감각을 찾아 갔다. 전반홀에서 3개, 후반홀에서 3개의 버디를 낚으며 첫 날 5타를 줄였다. 특히 15번홀부터는 3연속 버디 사냥에 성공, 2라운드에서의 ‘버디쇼’ 기대를 높였다. 5언파 공동 5위.
힘 좋은 ‘언니’들과 경쟁한 성은정은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거리도 좋고, 기백도 좋았지만 그린에서의 기복이 아쉬웠다.
김민선은 버디보다 보기가 더 많아 1타를 잃었다. 보기가 3개, 버디가 2개였다. 장타조로 묶인 게 되레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1라운드 선두는 2012년부터 KLPGA 정규투어에서 뛰고 있는 최가람(25)이 차지했다. 앞선 두 대회 ‘제7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과 ‘E1 채리티 오픈’에서 컷 탈락해 마지막날 경기에 참여할 수 없었던 최가람은 이날 만큼은 신들린 듯했다. 전반 9홀에서 6개, 후반 9홀에서 2개의 버디를 낚아 올렸다. 10언더파 62타는 ‘S-OIL 챔피언십’ 코스레코드다. 종전 기록은 2011년 이미림이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에서 세운 64타다.
최가람은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는데 오전에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안 불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력을 잘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제 11회 S-OIL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장하나, 성은정, 김민선, 최가람.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