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과 S8+의 빅스비 버튼을 막는 케이스 제작을 위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이 올라와 화제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공개한 야심작 갤럭시S8시리즈에서 크게 눈길을 끈 것은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서 왼쪽 볼륨 버튼 아래 빅스비 전용 버튼을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갤럭시S8 출시 이후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것도 빅스비다.
스마트폰 리뷰 사이트 GSM아레나는 8일(한국시간) "킥스타터에 갤럭시 S8 빅스비 버튼을 차단하는 케이스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갤럭시S8 사용자의 일부는 빅스비 전용 버튼을 리매핑하려고 시도하고, 일부는 완전히 지우려고 한다. 20달러만 내면 갤럭시S8이나 갤럭시S8+ 버튼을 완전히 숨길 수 있는 탄소 섬유로 구성된 케이스를 가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케이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용자를 위해 3달러의 가격으로 "나는 빅스비가 싫어요(I HATE BIXBY)"스티커를 구입할 수도 있다. 스티커는 케이스와 함께 제공된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빅스비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나는 빅스비가 싫어요' 모자와 케이스, 스티커를 모두 제공하는 40달러 옵션도 제공한다고 한다.
GSM아레나는 "만약 빅스비가 싫다면 설정을 통해 무료로 사용 중지할 수 있다. 근데 만약 사용자가 빅스비에 대한 불편함을 어떻게 알릴 수 있겠는가? 이 프로젝트는 그러한 사용자의 반감을 잘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미국 사용자들이 빅스비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영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미완성으로 출시된 빅스비는 패치를 통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출시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어 버전 빅스비는 '갤럭시S8' 출시 2개월이 지난 6월까지 데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어와 달리 영어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은 것은 개발 기간이 부족했다는 문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WSJ에 보낸 메일에서 “빅스비의 영어 이해 향상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미국 네티즌들은 '내 모국어는 영어인데, 영어를 이해 못 하는 AI 비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항의하고 있다. 갤럭시 S8 출시 직전 빅스비 전용 버튼이 매핑을 거치면 '만능 핫키'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간단한 무료 앱을 통해 빅스비가 아닌 서드파티 앱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한 사용자가 빅스비 대신 '구글 어시스턴트'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빅스비 버튼으로 구글 나우, 카메라, 진동모드 등을 부를 수 있다거나 버튼을 길게 누르고, 혹은 누르는 회수에 따라 다른 기능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삼성전자는 이런 빅스비 버튼을 '핫키'로 만드는 기능을 막았다. 최신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관련 응용 프로그램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빅스비의 영어 버전 완성까지 느려지자 미국 사용자 사이에서 빅스비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갤럭시S8은 여러 가지 논란에 시달리면서 출시 직후 엄청나던 판매세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다급해진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8의 출시 일정을 댕긴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제품의 빠른 출시보다는 기존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mcadoo@osen.co.kr
[사진] GSM아레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