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7홀드, 2014년 31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자리한 한현희(24·넥센)는 2015년 선발로 전향했다. 그러나 성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한 차례 도전은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에서 끝났다.
한현희는 2015년 선발 17경기 등판에서 8승4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했다. 8승을 거둔 것은 고무적인 성과였지만,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확실한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닝소화도 들쭉날쭉했다. 계속해서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물렀고 결국 넥센은 한현희를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복귀시켰다. 팀 내 사정도 있었지만 한현희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첫 도전이었다.
그랬던 한현희가 두 번째 도전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팔꿈치 수술로 지난해를 건너 뛴 한현희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3.04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선발 10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8차례에 이를 정도다. 앤디 밴헤켄과 신재영의 최근 난조 속에 넥센의 에이스 이미지마저 굳어지고 있다.
수술 후 복귀 첫 시즌이었다. 어쨌든 1군 무대에서는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선발 자리였다. 우려가 모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난 한현희는 예상보다 더 큰 도약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 세부지표들은 모두 리그 정상급이다. 넥센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KBO 리그 전체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행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이닝소화능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한현희는 평균 6⅓이닝 정도를 소화했고, 이는 리그 전체 7위에 해당한다. 국내 선수로는 오직 유희관(두산)과 임기영(KIA)만이 한현희 앞에 있다. 불펜 시절 위력을 발휘했던 공격적인 승부가 선발로 와서도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현희는 구종이 많지 않은 선수지만,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15.2개의 투구수로 1이닝을 끊어가고 있다. 이 또한 리그 9위다.
2할2푼9리의 피안타율은 리그 4위이자 국내 선수로는 박세웅(롯데·0.217)에 이은 리그 2위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라는 의미다. 한현희도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한현희는 2년 전 선발 전향 당시와 지금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몸쪽 체인지업 구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한현희는 전형적인 빠른 공-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의 선수였다. 리그 정상급의 슬라이더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좌타자에게 약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당시에는 14개의 피홈런을 모두 좌타자에게 얻어맞았다. 그러나 이제는 체인지업까지 활용하며 로케이션의 폭이 좋아졌다. 체인지업은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한현희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즌을 모두 소화한 뒤 평가받겠다는 생각이다. 한현희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각오도 어엿한 ‘선발투수’의 그것이 됐다. 넥센이 찾은 한현희의 새로운 가능성도 이 말에 녹아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