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박병호, 美 최대 위기 맞이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09 05: 41

박병호(31·미네소타)가 미국 진출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개인 최저 타율까지 추락하며 메이저리그(MLB) 콜업이 멀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마이너리그 생활의 스트레스가 타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트리플A 29경기에서 타율 1할8푼8리, 출루율 2할6푼6리, 장타율 0.339, OPS(출루율+장타율) 0.605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3개, 타점은 9개뿐이다. 특히 최근 타격감 저하는 심상치 않다. 6월(현지시간 기준) 들어 열린 6경기에서 20타수를 소화했으나 안타가 단 1개도 없다. 4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무려 14개의 삼진을 당했다.
8일 스크랜튼/윌크스배리(양키스 산하 트리플A)와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4삼진 경기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런 박병호의 타율은 1할8푼8리까지 수직 하락했다. 이는 박병호의 마이너리그 경력에서도 최저 타율이다. 박병호의 종전 마이너리그 최저 타율은 지난해 7월 10일의 1할9푼이었다. 올 시즌 최저 타율은 1할9푼4리였다.

지난해 박병호의 MLB 타율이 1할9푼1리, 출루율이 2할7푼5리, OPS가 0.684였으니 지금 박병호가 얼마나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최저 타율 당시는 트리플A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손목 통증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현재 박병호의 상태는 이상하리만큼 저조하다.
기술적으로 특별한 변화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스프링 트레이닝과 마이너리그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둘렀던 당시의 박병호와 지금 박병호는 같은 선수라는 의미다. 햄스트링 부상도 완쾌됐고, 경기에도 꾸준히 나서며 기회를 얻고 있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 에이전트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박병호가 부상을 당했을 당시 이러한 사태를 우려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오승환은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어지면 심리적으로 처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으니 선수가 많이 힘들 것이다. 모두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열악한 환경이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박병호는 이미 KBO 리그에서 충분한 실적을 쌓은 선수라는 점에서 어린 선수들보다는 박탈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히 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병호는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삼진 장면을 보면 빠른 공과 변화구 모두에 대처가 안 되는 모습이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비교적 끈질기게 승부를 했던 예전 마이너리그 타석과는 또 달라졌다. 스트레스는 슬럼프를, 슬럼프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다. 오승환이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보이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콜업은 요원해졌고, 미네소타의 새로운 수뇌부는 여전히 박병호를 팀의 구상 밖에 두고 있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로체스터에서 지내는 여건도 그다지 좋지 않다. 어쩌면 지금 박병호에게 필요한 것은 타격 기술보다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다부진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박병호가 미국 진출 후 찾아온 최대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