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위라구요? 진짜?"
KIA '만능맨' 서동욱(33)은 스스로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2루타 부문 전체 1위에 등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8일 광주 한화전에 6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한 서동욱은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쳤는데 안타 2개가 모두 2루타였다. 2회 장민재에게 좌중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려 KIA의 6연속 안타 첫 포문을 열었고, 3회 심수창에겐 반대로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까지 서동욱의 시즌 2루타 개수는 17개. 팀 동료 최형우와 함께 KBO리그 전체 공동 1위에 빛난다. 서동욱은 "형우형은 200타석 넘게 뛰었는데 내가 더 나은 것 아닌가"란 농담을 던지며 "형우형은 홈런을 많이 치지 않았나. 난 홈런이 적은 대신 2루타가 많은 것이다. 펜스 맞은 2루타도 몇 개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홈런이 적지만 서동욱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올 시즌 52경기 타율 2할9푼4리 42안타 1홈런 21타점 24득점 OPS .821. 홈런은 하나밖에 없어도 리그 최다 17개 2루타로 만만찮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동욱은 124경기에서 2루타 30개에 홈런 16개를 폭발, 개인 최고 4할9푼6리의 장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기대보다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2루타를 생산하며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경기 2개 이상 터뜨린 멀티 2루타가 4경기나 된다. 최근 10경기에서만 3번이나 멀티 2루타를 쳤다. 주로 6~7번 타순에 배치된 서동욱은 중심타선 바로 뒤에서 중장거리 타격을 선보이며 KIA 타선에 쉼표를 없애고 있다.
서동욱은 올 시즌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주전 2루수였지만 안치홍의 복귀로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김주찬과 김주형의 부진을 틈타 1루수로 가장 많은 44경기(27선발)를 출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2루수 7경기(6선발), 3루수 4경기(2선발), 좌익수·우익수 각각 2경기씩 내외야를 넘나들며 빈자리를 메운다.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KIA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데 수비에 그치지 않고 타격까지 매섭다. 규정타석에 아직 15타석 모자라지만 어느새 팀 내 8번째로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규정타석 미달에도 누적 기록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2루타 부문 서동욱이 유일하다.
서동욱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 때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자리는 없지만 기회는 항상 온다. 기회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한 번은 온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각오대로 서동욱은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규정타석 미달에도 당당히 2루타 부문 1위에 등극했다. /waw@osen.co.kr
[사진] 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