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팀이 꾸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주전과 백업들의 기량과 공헌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팀의 성적도 기복 없이 유지할 수 있다. 끊임없는 내부 경쟁으로 선수들간의 ‘건강한 경쟁’으로 미묘한 긴장감을 유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이런 경쟁 구도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현재 상승기류에 만족하지 않고 내부 경쟁구도를 통해 선수단을 자극하고 더욱 채찍질 하고 있다.
NC는 시즌 초반 주전급 야수들의 부상으로 온전한 주전 라인업을 가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NC의 성적은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백업 위치에 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워주면서 그라운드에 나서는 시간 동안 책임감을 부여했고, 주전 라인업이 가동됐을 때 못지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박석민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모창민이 그 역할을 해냈고, 박민우의 자리는 이상호와 지석훈 등이 공백을 충실히 채웠다. 백업 선수들이 주전에 준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돌아온 현재도 김경문 감독은 이러한 경쟁 구도를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것이 바탕이다. 지난 7일과 8일 마산 롯데전, 박민우를 대신해 주전 2루수로 나선 이상호가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상호는 최근 선발 출장한 2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3득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7일 경기에서는 데뷔 첫 4안타 경기까지 만들어냈다. 이상호 나서면서 햄스트링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박민우는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휴식 보다는 경쟁 구도의 심화라고 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공격 쪽으로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노력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 이렇게 한다면 선발로 나갈 기회도 많아질 것 같다”며 이상호의 활약에 흐뭇해했다.
이상호와 박민우의 케이스만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그 대상임을 김 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주전들도 나갔을 때 자리를 단단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선 주전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지만, 아프거나 빠지면 다른 선수가 기회를 받는다. 그리고 백업 선수들이 잘하면 더 자주 나갈 수 있다”며 자신의 지론을 설명했다.
이어 “선수단 사이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긴장감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강조했다. 즉, 주전들도 기득권을 영원히 가질 수도 없고 안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NC의 선수단은 서서히 단단해지고 있다. 특히 야수층은 이제 주전과 백업을 굳이 나누지 않아도 누가 나가든지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로 꾸려지고 있다. 단단한 팀을 구성했기에 팀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 원동력은 선수들 간의 미묘한 경쟁심을 유도하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 철학이 숨겨져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