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가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그 선택이 주목 될 수밖에 없다.
롯데는 사실상 외국인 선수 3명의 도움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것과 같다. 내야 수비 안정과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했던 앤디 번즈는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사실상 전반기에 번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번즈는 회복을 위해 지난 6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이지마 재활원으로 떠났다. 같은 부위 부상을 당했던 전준우와 같은 재활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번즈의 공백은 당분간 정훈으로 채울 수 있다. 그리고 번즈가 복귀한 뒤에도 할 수 있는 역할은 많다. 번즈가 2루에 정착한 이후 롯데의 센터라인은 보다 강해졌다. 1-2루 간에는 안정감이 생겼다. 하위 타순에 위치하면서 간간히 터지는 장타와 해결사 본능(결승타 7개, 리그 공동 2위, 팀 내 1위)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번즈가 아니다.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이 버티는 외국인 투수진이 가장 큰 문제다. 두 선수 모두 동반 부진에 빠져 있다. 이들의 부진으로 토종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 마산 NC전에서 나란히 등판했던 이들은 도합 7⅓이닝 동안 15실점을 헌납하며 시리즈 첫 경기(6일 5-4 승리)의 기세를 전혀 잇지 못했다.
일단 레일리는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재정비와 조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 감독은 “레일리의 멘탈이 많이 무너졌다.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면서 “2군에서 멘탈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레일리는 올 시즌 3년째 함께하고 있고, 변화의 시기를 거친다면 좋았던 모습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가장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선수는 애디튼이다.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이후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0.05까지 치솟았다. 평균 130km 후반대의 빠른공과 체인지업의 단조로운 패턴이 분석을 당하면서 결국 부진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레일리의 경우 컨디션이 괜찮은 시기에는 이닝 소화력을 보여줬지만, 애디튼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의식을 심화시키는 대목이다.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기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확실히 못 박은 상황은 아니지만, 심도 있는 고민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 교체가 이뤄질 경우에는 레일리와 애디튼 두 선수 중 한 명이 짐을 쌀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시즌 직전 파커 마켈을 애디튼으로 바꾸면서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1장을 소진했다. 이제 한 명의 교체만 가능하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1장밖에 남지 않은 교체카드로 인해 외국인 선수 교체에 신중론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시즌 내내 스카우트팀이 현지에서 외국인 선수 리포트를 갱신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만약 교체를 선택할 경우에는 또 다른 기로에 놓인다. 외국인 선수 몸값 최하위 구단인 롯데로서는 다시 한 번 ‘가성비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거물급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파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느냐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요행을 바라기에는 KBO리그의 레벨 자체가 높아졌다. 한국무대 적응력은 차치하고, 성적을 담보할 수 있다면 과감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년 만의 가을야구를 노리는 롯데의 입장에서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들, 그 중 투수진의 부진에 롯데는 승부를 펼칠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수단 사기와 경기력 면에서도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연 롯데의 남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1장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쓰여질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