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두 동양인 투수인 류현진(30)과 마에다 겐타(29)가 팀 사정상 대놓고 보이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류현진이 역전에 성공한 가운데 일본 언론은 이닝소화능력에서 류현진이 유리한 위치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8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과의 경기를 앞두고 오는 10일부터 열릴 신시내티와의 홈 3연전 선발투수들을 공개했다. 예정대로 10일은 리치 힐, 11일은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올 알렉스 우드가 출격한다. 관심을 모았던 12일은 류현진이 기회를 얻었다. 대신 마에다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불펜으로 강등됐다.
지난해 다저스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며 16승을 거뒀던 마에다였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도 무난히 합류했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10경기에서 52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내용마저도 안 좋았다. 지난해 3.48이었던 평균자책점은 올해 5.16으로, 2할2푼9리였던 피안타율은 2할5푼4리로 뛰어올랐다.
급기야 최근 2경기에서 모두 4이닝 소화에 머물자 다저스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불펜으로 내려갔으나 최근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류현진을 선발로 올리고 마에다가 불펜으로 갔다. 마에다는 이러한 구단의 방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속이 편할 리는 없다. 마에다 또한 일본에서 뛸 때부터 거의 대부분을 경기를 선발로 소화해 불펜이 낯설다.
일본 언론들은 이닝소화능력의 차이가 이런 결정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스볼 채널’은 8일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류현진은 2013년 30경기에서 192이닝, 2014년에는 26경기에서 152이닝을 던졌다. 평균 6이닝 정도를 던진 실적이 있다”라면서 “마에다는 지난해 32번 등판에서 175⅔이닝을 소화해 평균 5이닝 정도에 그쳤다. 이닝소화능력에서 류현진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스포츠’는 같은 날 “마에다가 곧 선발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마에다는 최근 3경기에서 최다이닝이 5이닝이었고 총 13이닝 소화에 그쳤다. 그나마 13개의 피안타, 10사사구에 8실점을 해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스포츠’는 “마에다가 경기 중 벤치에서 동료들과 웃는 얼굴로 대화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지만 취재진에는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마에다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다만 두 선수의 경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류현진이 미끄러지고, 마에다가 불펜에서 잘 던진다면 입지 역전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류현진도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선발 재진입을 이뤘기에 이 ‘폭탄 돌리기’ 싸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여기에 팀 내 최고 유망주인 훌리오 유리아스의 MLB 콜업은 언제든지 변수다. 이는 두 선수 모두를 밀어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두 선수의 남은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