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옥자'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갔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8 16: 00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를 놓고 3대 멀티플렉스 측과 넷플릭스 간의 극적인 타협이 맺어지지 않는 한 가까운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인 CGV 측 관계자는 8일 OSEN에 “상황이 변동된 것은 없다”며 “넷플릭스가 극장들과의 동시 개봉을 주장하지만 저희 입장으로선 극장 동시 개봉이 어렵다”라고 다시 한 번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선순환 생태계를 존중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고, 국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협의해나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CGV를 비롯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의 입장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확고하다. 그간 유지해온 ‘선 극장 개봉-후 IPTV·VOD 서비스’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난달 15일 넷플릭스와 국내 배급을 맡은 NEW는 ‘옥자’를 6월 29일 넷플릭스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합의된 사항은 아니었다. 같은 날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옥자’의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하며, 미국과 영국의 극장에서도 개봉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연예매체 더 플레이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극장 대부분에서도 ‘옥자’의 동시 개봉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영화 산업의 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넷플릭스도 기존의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의 방침대로 이달 29일 극장과 동시에 개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측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니 ‘옥자’를 상영하기로 결정한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 몇몇 곳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하다.
넷플릭스 측은 오는 12일 오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옥자’의 국내 첫 언론시사회를 개최하며 13일에는 봉준호 감독과 틸다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레드카펫 이벤트를, 14일에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통상 개봉 전 극장에서 개최했던 기존의 영화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날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영화업계의 관심이 곤두서 있다.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협업한 이유를 밝혔다. 과감히 예산을 투자하고 원본의 시나리오를 고수해준 넷플릭스와 작업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봉 감독은 “미국 인디 파이낸서라고 하는 진취적 회사들이 ‘옥자’의 시나리오를 좋아했지만 예산을 들으면 발을 뺐다”며 “반대로 전통적인 회사들은 돈은 충분한데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멈칫했다. 그렇게 두 가지로 나뉘다 보니 잠시 갈 곳을 잃고 방황했고, 저에게 권한을 100% 준다고 한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며 당시의 선택을 전했다. 
영화계 이단아가 된 ‘옥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만일 극장과 온라인 서비스가 이달 29일부터 동시에 시작된다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집에서, 평소 영화에 관심이 있던 관객들은 극장으로 달려갈 테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의 방침대로 멀티플렉스 극장 상영은 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만 시작된다면, 과연 사람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소 규모의 극장이나 서울극장 및 대한극장으로 가게 될까.
또 굳이 ‘옥자’를 보기 위해, 봉준호 감독의 대중성과 작품성은 인정하나, 넷플릭스에 신규 가입까지 하는 투자를 할까.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더불어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게 된 이상, ‘천만 관객’의 꿈은 일단 요원해졌다. 그러면 '옥자'의 극장수익과 관련한 성공여부는 어떻게 판가름이 나게 될까. '옥자'가 여러모로 2017년 극장가의 괴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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