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하루' 김명민 "배우는 한우처럼 A·B·C등급 매겨져"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8 12: 02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딸의 죽음을 반복하는 준영(김명민 분)과 아내의 죽음을 반복하는 민철(변요한 분)이 만나 비극적인 하루의 끝을 바꾸려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 스릴러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 어떤 캐릭터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 온 김명민이 반복되는 딸의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준영으로 분했다.
준영 역을 맡은 김명민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타임루프,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의 영화가 많지만 출연 배우와 감독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나 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며 “기존의 작품들을 보면 무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하루’는 그렇지 않다. 일단 앞뒤가 딱딱 들어맞아서 완성도가 높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의사 준영은 딸이, 민철은 아내가 죽는 순간을 매일 매일 반복하며 지옥 같은 하루를 산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하루가 되풀이 되고, 끊을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사는 것이다. ‘하루’는 이처럼 같은 상황에 갇힌 두 남자가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반복되는 하루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흥미있게 풀어냈다. 기존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김명민과 변요한의 폭발하는 감정은 고통스러운 하루 하루가 거듭될수록 점차 거세지고, 그들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감정까지 들끓게 만들 정도로 뜨겁고 애달다.
김명민은 딸이 사고를 당하는 박문여고 신(scene)에 대해 “박문여고 부근 촬영은 제가 어떤 장소에서, 무슨 촬영을 하든 다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장소이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오지에 가서 어떠한 촬영을 하든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하며 촬영이 쉽지 않았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장면을 몇 날 며칠 반복하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보조 출연자의 동선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신이나 주차장 신에서는 몇 날 며칠을 살다시피하니까 폐쇄 공포증이 올 정도로 너무 지겹고 힘들었다. 아마 스태프도 배우들을 보는 게 지겨웠을 것이다.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며 찍다보니까 그들도 힘들어하는 게 보고 특히나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숨 쉬기도 힘겨웠다”고 촬영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을 비롯한 배우들은 분장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고. “우리가 촬영했던 것보다 화면에는 훨씬 더 쾌적하게 나왔는데 저희는 연기하면서 중간 중간 땀을 닦기에 바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과 숱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시나리오 상과 실제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연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쉽지 않다”며 “여러 가지 동선과 사물의 위치, 출연자들의 등장 등 상황적인 부분들을 맞추는 게 어려워서다. 뒷부분을 먼저 찍을 때는 앞부분을 어떻게 연기를 했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재촬영 같은 것도 안 했다”고 밝혔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명민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비로소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섬세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 이후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전 세대를 이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명민은 이날 “배우는 한우처럼 A,B,C 등급이 매겨진다. 본인이 C급인데 마치 A급인 것처럼 행동하는 배우들도 더러 있고,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 리허설 때와 다르게 연기해서 튀어보이는 배우도 있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제대로 맞춰주지 않는 배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대인배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연기 본좌’라는 수식어에 대해 “무슨 그런 얘길 하나. 저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제가 연기하기가 좀 힘들었을 뿐이지 어떤 배우든 다 할 수 있는 연기”라며 “저는 그 말이 진짜 싫다(웃음). 이제 그만 할 때도 됐다. 정말 너무 힘들다. 남들은 쉽게 던진 말이 제게 비수가 된다. 우리끼리만 있다면 모르겠는데 선배님들이 계신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선배님은 제게 ‘연기 본좌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셔서 그것을 설명할 수도 없고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고 양손을 저었다.
그렇다면 '연기 본좌'로서 김명민의 꿈은 무엇일까.
“저는 배우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른 배우보다 더 연기를 잘하고 싶고 스스로 만족할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게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를 이끌고 다 같이 잘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저는 박수칠 때 떠날 것이다. 언젠가 대중이 더 이상 제 연기를 좋아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나. 그 전에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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