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펜의 기대주인 김찬호(20)는 최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1군에 올라가 프로 데뷔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간의 실적에 비하면 승격이 다소 늦은 감도 있었지만, 김찬호는 1군에 있었던 열흘 남짓한 시간이 꿈만 같았다고 말한다.
5월 23일 채병용의 휴식을 틈타 1군에 등록된 김찬호는 5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이닝 무실점, 그리고 5월 30일 수원 kt전에서 1이닝 1실점을 기록하는 등 2경기를 소화했다. 물론 크게 뒤지고 있거나 크게 앞서 있을 때 나서 주목도는 덜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김찬호로서는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기억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도 김찬호의 투구 내용을 유심하게 관찰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예정대로 열흘 후 2군에 내려온 김찬호는 1군 경험에 대해 “뭐가 뭔지 모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고 웃었다.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쩌면 열흘의 시간은 김찬호에게 자신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몇몇 있었다. 우선 빠른 공 구속이 올라갔다. 김찬호는 지난해까지 최고 구속이 140㎞ 남짓이었다. 평균은 130㎞ 중·후반이었다. 다만 공을 끌고 나오는 동작이 좋아 체감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체중을 조금 더 불렸고, 그 결과 1군에서는 최고 구속이 140㎞대 중반까지 나왔다. 가장 큰 약점이었던 구속에 대한 트라우마를 씻어낸 것은 긍정적이었다.
여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확인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투 피치로도 1이닝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러나 김찬호는 오히려 이런 대목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1군 선수들의 차원이 다른 힘, 그리고 선구안 등을 비교하면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찬호는 “빠른 공 구속이 올라가긴 했는데 이번에는 변화구로만 승부를 하려고 했다”고 했다. 특유의 배짱과 공격적인 승부가 최대 강점이었으나 1군에서는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을 확인한 셈이다. 김찬호는 “변화구도 몇 가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 많이 던지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여전한 성장세는 주위를 즐겁게 한다. 2군에서는 마무리 보직을 맡으며 긴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울 예정이다. 사실 현재 2군 불펜에서 김찬호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하나다. 이번 2군행도 기량이 미달됐다기보다는, 좀 더 출전 기회가 많은 2군에서 경기 경험과 감각을 쌓고 부족한 부분을 연마하라는 구단의 의중이 강하게 들어간 결정이었다. 올해도 몇 차례 더 콜업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김찬호가 얼마나 더 성장해 있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관심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