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3호' 정진호 사이클링히트에 담긴 에피소드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6.08 05: 49

두산 베어스의 정진호(29)가 역대 23번째 사이클링히터가 됐다.
정진호는 지난 7일 잠실 삼성전에 2번-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정진호는 1회 좌익선상을 2루타를 날린 데 이어 2회 3루타, 4회 안타, 5회 홈런을 날리면서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정진호 개인으로서는 첫 번째 기록이다.
정진호의 맹타에 두산은 9-7로 삼성을 잡을 수 있었다. 정진호를 경기를 마친 뒤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하다"며 "오늘의 기쁨은 오늘로 있고, 내일부터는 다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료들이 함께 만든 '대기록'
이날 정진호는 4타석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총 23번의 사이클링히트 중에서 6번 밖에 없었던 기록이었다. 정진호 이전에는 1987년 정구선 외에 4명이 있다. 그러나 정진호는 여기에 동료의 도움으로 좀 더 진귀한 기록을 세웠다. 바로 최소 이닝 사이클링히트다.
이날 두산 타자들은 4회까지 7점을 뽑아내면서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정진호의 타석이 돌아오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3회를 제외하고 5회까지 매이닝 타석에 들어선 정진호는 자신에게 돌아온 기회를 살렸고, 결국 역대 최소 이닝(5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다. 종전 최소이닝 사이클링히트는 1982년 삼성 오대석 등 4명이 달성한 6이닝 만에 사이클링 히트다.
▲ 두산, 최다 사이클링히터 배출팀
정진호의 사이클링히트는 두산 역대 5번째다. 정진호 이전에는 임형석(1992년), 이종욱(2009년), 오재원(2014년), 박건우(2016년)가 있었다.
한 팀에서 사이클링히트가 5번 팀은 두산과 함께 삼성이 있다. 그러나 삼성은 양준혁이 1996년과 2003년 두 차례 기록했다. 선수 숫자로 보면 두산이 가장 많은 사이클링히터를 배출한 팀이 됐다.
아울러 두산은 지난해 박건우에 이어 2년 연속 사이클링히터가 나왔다. 지난 2015년 에릭 테임즈가 한 시즌 두 번의 사이클링은 친 것은 있지만, 2년 연속은 처음이다.
▲구자욱의 센스, 손쉬웠던 기념공 찾기
정진호는 사이클링히트의 완성을 홈런으로 했다. 생애 단 한 번도 찾아올까 말까하는 대기록인 만큼, 기념구 챙기기는 필수였다. 
홈런이 나올 경우 공 찾는 일이 여간 만만치 않다. 홈런 화면을 다시 보면서 잡은 관객을 찾은 뒤, 구단 관계자가 관객에게 찾아가서 양해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소정의 기념품을 주기도 한다.
정진호의 사이클링히트도 홈런이 된 만큼, 공 찾기가 어려울수도 있었지만, 운이 따랐다. 정진호의 마지막 홈런은 운좋게 관중석을 맞힌 뒤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편 삼성의 배려가 빛났다. 당시 우익수였던 구자욱은 대기록을 내줘 다소 아쉬울 수 있었지만, 홈런 공이 그라운드로 들어오자 잊지 않고 공을 챙겨 두산 구단 관계자에게 전했다. 결국 사이클링히트 공은 무사히 정진호의 품에 올 수 있었다.
정진호는 구자욱의 센스에 고마움을 전했다. 정진호는 "(구)자욱이가 센스가 있다. 이번에 함께 밥먹기로 했는데 맛있는 것을 사줘야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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