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이 무너졌다. 올 시즌 내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kt 김재윤(27)이 첫 실점과 블론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했다.
김재윤은 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서 팀이 7-6으로 앞선 9회 구원등판, ⅓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김재윤은 이날 전까지 18경기 등판해 15⅔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1승 12세이브를 따내는 동안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도 없었으며,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70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던 김재윤이 무너졌기에 타격은 더욱 컸다. kt는 2연패에 빠졌다. 김재윤의 평균자책첨은 한 경기 만에 0.00에서 2.81로 뛰었고 첫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모두 떠안았다.
김재윤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시절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날 무실점 행진이 깨진다'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심리적인 타격이 덜할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그는 "무실점 행진이 깨진다면 상처를 받긴 할 것 같다. 내 실점이 패배로 이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지만. 김진욱 kt 감독 역시 "언젠가 실점을 하는 때가 올 테지만, 그 시점에서 잘 추슬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재윤은 평소 오승환을 롤모델로 꼽는다. 무실점 행진이 깨졌을 때 대처법 역시 그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오승환은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07년, 개막과 동시에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10경기에 등판해 10⅔이닝을 소화하며 12탈삼진 1볼넷, 2승6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그해 5월 4일 사직 롯데전서 무너졌다. 오승환은 당시 팀이 3-1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 구원등판, 이대호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이원석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강민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고 이우민(당시 이승화)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첫 실점이자 블론 세이브였다.
오승환은 의연했다. 하루를 쉰 뒤 6일 사직 롯데전에 다시 등판해 1⅔이닝 퍼펙트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이후 오승환은 6경기에서 더 무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그 해 오승환은 60경기에 등판해 64⅓이닝을 던지며 4승4패40세이브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했다. 명실상부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군림한 것이다.
올 시즌 세이브 1위에 올라있는 임창민 역시 마찬가지다. 임창민은 지난달 30일 창원 KIA전서 ⅓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경문 NC 감독은 "임창민도 신이 아니다. 괜찮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후 임창민은 세 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를 따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에게 실점이야 당연하다. 물론 그 실점을 억제할수록 좋은 투수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즌 내내 무실점을 기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그 실점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도 좋은 선수를 판가름하는 지표 중 하나다.
김재윤 본인의 말처럼 언젠가 해야 할 실점이었다면, 털고 일어날 차례다. 그는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