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1번타자 버나디나, 시즌 10홈런 돌파
KIA에서는 2004년 이종범 이후로 13년만
KIA에 모처럼 홈런 치는 1번타자가 등장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이후 13년 만에 1번타자로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린 주인공, 바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33)다.
버나디나는 지난 7일 광주 한화전에서 KBO리그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5회 윤규진에게 우월 솔로포, 6회 박정진에게 우월 스리런포를 차례로 폭발하며 장타 본능을 발휘했다. 시즌 9~10호 홈런. KIA 팀 내에선 4번타자 최형우(1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특히 1번타자로는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을 넘어섰다. 두산 민병헌이 1번타자로 6개 홈런을 터뜨렸지만 버나디나에 비할 바는 아니다. 4월까지 25경기 홈런 1개에 그쳤던 버나디나는 5월 이후엔 29경기에서 홈런 9개를 몰아쳤다. 5월 이후 홈런은 제이미 로맥(SK·11개)에 이어 공동 2위.
KIA에 홈런 치는 1번타자는 참 오랜만이다. 가장 최근 1번타자로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는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이종범 위원은 지난 2004년 KIA 소속으로 홈런 17개를 쳤는데 그 중 16개가 1번 타석에서 터뜨린 것이다. 그 이후로 버나디나 전까지 KIA에 두 자릿수 홈런 1번타자는 없었다.
지난 2014년 김주찬이 시즌 9개 홈런 중 1번타자로 8개를 친 것이 KIA 팀 최다 기록이었다. 2015년 김주찬·신종길, 2016년 김호령이 1번 타석에서 홈런을 5개씩 치는데 만족했다. 올 시즌 버나디나는 시즌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두 자릿수 홈런을 넘었다. 지금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25홈런이 가능하다.
시즌 전만 해도 버나디나에게 이 정도 장타력을 기대하진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7시즌 통산 548경기 28홈런으로 2010년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134경기 11홈런이 최다 기록이다. 마이너리그에선 13시즌 1061경기 통산 80홈런. 2015년 트리플A 앨버키키(콜로라도 산하) 소속으로 119경기 18홈런이 커리어하이였다.
하지만 KBO리그에 와서 장타력에 눈을 떴다. 기술적인 비결이 있다면 오른 다리를 들고 치는 레그킥이다. 버나디나는 "완벽한 타이밍에 공을 맞히기 위해 레그킥을 하는 등 나름 고심을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4일 삼성전) 경기 전 배팅 연습 때 레그킥을 시도해봤는데 좋은 결과(홈런)로 이어졌다. 레그킥을 통해 공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의 결과도 빛을 보고 있다. 경기 후 야간 특타까지 할 정도로 숨은 노력이 대단하다. 그는 "4안타를 친 날에도 배팅을 조금 더 쳤고, 경기 전 영상 분석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로 점점 적응해가는 결과로 나오고 있다"며 "홈런 목표 숫자는 없다. 홈런보단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계획한 것까진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좋은 스텝을 밟아나가고 있다. 시즌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데, 잘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