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라크] 기성용을 평범하게 만든 슈틸리케 '포어 리베로'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6.08 15: 03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포어 리베로' 실험은 기성용을 평범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 카이마르 에미레이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여러가지 전술 실험을 통해 가상 카타르인 이라크를 맞아 치열하게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부임 후 첫 스리백 수비진을 들고 경기에 임했다. 특히 의외인 것은 기성용의 센터백 기용이었다.

물론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센터백 수비수로 출전한 경험은 있다. 지난 2014년 9월 7일 신태용 코치가 기성용을 중앙 수비로 출전 시켰다.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펼칠 때 신 코치는 기성용을 김영권-김주영과 함께 출전 시켰다.
각급 대표팀에서도 거의 없던 일이다.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서 기성용은 스리백의 풀백으로 출전했다. 당시 중앙 수비는 현재 대표팀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이었다. 그리고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센터백으로 출전해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3-4-3 전술에서 센터백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펼쳐야 하는 포어 리베로다. 포어 리베로는 수비시에는 안정적으로 골문 앞을 지키다 공격할 때는 중원으로 올라가 볼 배급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수비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후방 빌드업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말 그대로 포어 리베로 역할을 제대로 펼칠 선수가 있다면 3-4-3은 굉장히 좋은 전술이다. 포어 리베로가 수비에 가담하면 순식간에 플랫 5로 변형된다. 5명의 선수가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다. 측면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면 좀처럼 상대가 공격적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 어렵다.
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앞 선으로 이동한다면 포백 수비라인으로 변신된다. 풀백들이 중앙 수비수가 되고 측면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수로 변신하면서 순식간에 변한다. 또 미드필더 진영에는 한 명의 선수가 더 늘어나면서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포어 리베로가 수비적인 능력과 날카로운 패싱능력을 갖춘 선수라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칠 수 있고 또는 선이 굵은 축구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전반에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3-4-3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상대가 워낙 수비적으로 임했기 때문에 3-4-3 전술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상대인 카타르의 가상 상대였던 이라크는 수비적 안정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정상적인 축구를 펼치기 보다는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경기를 선보였다. 따라서 패싱 능력이 뛰어난 기성용을 굳이 포어 리베로로 기용할 이유가 없었다.
기성용은 이미 EPL에서도 중앙 수비의 능력을 선보였다. 또 날카로운 전진 패스 능력을 선보였다. 따라서 기성용을 굳이 수비에 배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전반서는 손흥민-지동원-이청용으로 이어지는 해외파 공격진을 구성했다. 돌파 능력은 확실한 선수들이었다. 상대 뒷공간을 파고들 능력도 충분했다. 하지만 패스 연결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성용을 전진배치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전반은 의미없는 실험을 펼친 것이 됐다. 기성용을 평범한 선수로 만들어 버렸다. 오히려 짧은 돌파가 가능한 황희찬, 이근호 등이 투입된 후반이 더 큰 성과를 얻었다. 후반서 슈틸리케 감독은 -1-4-1 전형으로 한국영과 황희찬을 각 꼭지점에 세워 민첩하게 움직였다. 센터백으로 후방에 처져 있던 기성용이 올라오고 넓은 시야를 가진 이명주의 볼배급이 살아나면서 템포가 빨라졌다. 황희찬, 이근호가 빠른 스피드로 이라크 수비진을 돌파하면서 비로소 빈틈을 만들어냈다.
만약 기성용이 전반에 이들과 함께 경기를 펼쳤다면 더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필요없는 실험을 펼쳤다. 물론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위한 준비라면 언급하기 힘들지만 지금 슈틸리케호의 상태는 월드컵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더운 날씨로 적응을 위해 먼저 중동으로 건너간 상태에서 평가전까지 펼치며 준비를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실험을 했다. 기성용을 평범한 선수로 만드는 실험이 가장 두드러진 성과였다.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