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라크전서 전반에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한국은 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아랍에미리트 에미리츠클럽 스타디움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서 0-0으로 비겼다. 카타르전 모의고사에서 숱한 과제를 떠안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4일 새벽 4시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경기장서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벌인다.
카타르전은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달린 중대 일전이다. 한국은 최종예선 7경기서 4승 1무 2패(승점 13)로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조 2위에 올라있다. 카타르전 이후 남은 2경기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9차전 홈경기 상대는 선두 이란(승점 17)이고, 최종 10차전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 원정길에 올라야 한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각 조 1, 2위국에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3위를 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진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은 이라크전서 생소한 3-4-3 전술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스리톱으로 손흥민-지동원-이청용이 출전했다. 박주호-한국영-남태희-김창수가 미드필더로 나섰다. 스리백은 장현수-기성용-홍정호가 형성했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전술의 키는 기성용이 쥐고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가 본업인 그는 변형 스리백의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수비 시 스리백을 유지했지만 공격 시 종종 중원으로 올라갔다.
예견된 실패였다. 이라크(120위)의 국제축구연맹 랭킹은 한국(43위)보다 한참 낮다. 한국보다 전력이 약하다. 이라크는 예상대로 최전방의 알라 압둘자흐라를 제외하고는 전원 수비적에 가담해 웅크린 채 경기에 임했다.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한 한국은 중원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중원에 배치된 수비적인 한국영과 드리블러 남태희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스리백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좌측 윙백 박주호의 컨디션도 전반엔 정상이 아니었다.
한국은 결국 후반에 변화를 줬다. 손흥민을 빼고 황희찬을 넣었다. 한국영 대신 이명주가 투입됐다. 이청용 대신 이근호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효과는 주효했다. 전반 3분 만에 슈팅이 나왔다. 김창수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비껴갔다.
한국은 이후에도 황희찬과 이재성이 슈팅을 날리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어갔다. '황볼트' 황일수가 투입된 뒤에는 전반에 찾아보지 못했던 측면 돌파 후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에 맞는 옷은 포백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변형 스리백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