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리 끝 모를 부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6.08 05: 50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3년 째 한국 무대를 밟고 있는 브룩스 레일리의 부진이 끝을 모를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레일리는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3년째 한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난 2년간 좌완 투수로서 독특한 딜리버리와 투심과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의 구사력,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그리고 이닝 소화력을 바탕으로 KBO리그를 버텼다. 리그를 호령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무기를 바탕으로 한국 타자들이 까다로워하는 투수로 꼽혔다.
‘쿠세(투구 습관)’가 파악되기도 했지만 이를 역이용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지난해 약점으로 부각된 우타자에 대한 상대법(지난해 우타자 피안타율 0.311, 피OPS 0.881)을 보완하기 위해 체인지업 구사율까지 높였다. 그래도 레일리는 오히려 올해 더 퇴보한 기록들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3승6패 평균자책점 5.32의 성적이다. 피홈런은 14개로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이고(모두 우타자 상대),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할1푼7리, 그리고 피OPS는 0.966까지 급증했다. 팀의 1선발이자 외국인 에이스라는 생각으로 책임감까지 보였다고 하기엔 성적들이 너무 초라하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찾자면 우선 우타자 몸 쪽으로 구사하는 공의 제구력을 들 수 있다. 레일리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타자들과 승부했다. 지난 2년간 9이닝 당 볼넷 개수는 2.67개에 불과했다. 대신 2년간 32개의 사구를 허용했다(2015년 15개, 2016년 17개, 우타자 상대 22개). 2년간 리그 최다 4위에 해당하는 사구였다. 주로 상대하는 우타자들의 몸 쪽으로 과감하게 파고 들다 보니 사구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더 심하다. 아직 시즌의 반환점을 돌지 않은 시점에서 8개의 사구를 허용했다(우타자 상대 7개). 우타자 몸 쪽으로 바짝 제구를 붙이려다 보니, 사구가 나오게 된 것. 그리고 몸에 맞는 공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넣게 됐고 이 부분이 장타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타자 몸쪽 제구에서 애를 먹은 것이 현재 레일리의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또한 등판일 구심의 몸쪽 스트라이크존 역시 레일리의 몸쪽 제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레일리가 우타자 몸쪽 코스를 후하게 잡아주는 심판이라면 그날의 투구 내용이 좋은 편이지만, 그러지 않으면 고전하는 경향을 계속 보였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몸쪽을 던져야 하지만 이 공이 곧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향하며 난타를 당한다는 견해였다.
구사율을 높인 체인지업 역시 타자들의 타이밍을 쉽게 뺏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커브와 슬라이더 등 브레이킹 볼 계열의 변화구가 주 무기였던 레일리는 올해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였다. 우타자 상대를 위한 파훼법이었다. 그러나 이 체인지업이 빠른공과의 구속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레일리의 속구 계열 평균 구속은 140km 초반대를 형성한다. 그런데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이 130km 중후반 대까지 나온다. 140km까지 나온 체인지업도 던진 바 있다. 말 그대로 속도의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구종이 체인지업인데, 구속의 차이가 속구와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체인지업은 타자들에게 쉬운 먹잇감이 된다. 그저 타자들이 느끼기에는 ‘느린 속구’일 뿐이다.
지난 7일 마산 NC전 레일리는 3⅓이닝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3경기 연속 6실점 이상을 허용했다. 2개의 피홈런, 그리고 3개의 사구. 레일리의 올 시즌 문제로 제기됐던 내용들의 축소판이었다.
닉 애디튼이 부진한 가운데, 기대했던 레일리까지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롯데의 외국인 선수 고민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가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롯데는 교체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끝 모를 부진이 계속될 경우, 롯데도 이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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