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속도로 팀 10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홈런보다는 실책이 더 도드라지는 한 판이었다. 실책에 발목이 잡힌 SK는 역대 2위 최단기간 팀 100홈런 기록을 세우고도 웃지 못했다.
SK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한현희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간 끝에 결국 2-6으로 졌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SK지만, 역시 그럴수록 내실을 기했어야 했다.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 몇 개가 잘 나가던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2회와 3회 아쉽게 1실점 씩을 한 SK는 4회 올 시즌 팀의 100번째 홈런이 된 한동민의 솔로포로 1점을 추격했다. 1점차 승부라 알 수 없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홈런이 나온 바로 다음 이닝에서 실점을 하며 경기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실책이 발단이 됐다.
1사 후 이정후가 2루수 땅볼을 쳤다. 물론 강한 타구였다. 그러나 김성현이 수비 위치를 잘 잡고 있어 정면으로 갔다. 하지만 김성현이 이를 뒤로 흘렸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실책이 하나 뿐으로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김성현의 실책이었다.
이어 이정후의 도루 때는 이재원이 공을 글러브에서 잘 빼지 못하며 승부를 걸어보지 못했다. 결국 윤석민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추가점을 내줬다. 실책이 없었다면 사실상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SK는 1-3으로 뒤진 6회 박정권이 솔로포를 치며 다시 1점차로 추격했다. ‘홈런의 팀’인 SK다. 남은 이닝에서 언제든지 스윙 한 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점수였다. 하지만 8회에도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2점을 내줬다. 사실상 경기가 기우는 순간이었다.
8회 2사 1루였다. 채병용이 선두 윤석민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아냈다. 여기서 김하성의 타구가 좌익수와 파울라인 사이로 떴다. 수비위치가 뒤에 있었고, 중견수 쪽으로 다소 치우쳐 있어 애당초 타구판단이 느렸다면 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일단 2사 후라는 점에서 안전에게 수비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김동엽이 욕심을 부렸고, 마지막 순간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다. 다이빙 캐치는 양날의 검인데, SK로서는 아쉽게도 이는 패착이 됐다. 캐치에 실패한 공은 김동엽의 몸을 맞고 파울 라인 밖으로 굴렀다. 그 사이 1루 주자 윤석민은 홈을 밟았다. 안전하게 막아놨다면 발이 빠르지 않은 윤석민으로서는 홈까지 가기는 어려웠다.
그 다음 상황도 아쉬웠다. 2-4로 뒤진 8회 2사 2루 상황에서 이택근의 타구가 3루수를 향했다. 강한 타구였지만 최정의 수비 범위 안에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공은 최정의 글러브를 피해 외야로 빠져 나갔고, 이는 다시 실점으로 이어졌다.
물론 타선도 5회 1사 만루, 7회 2사 1,2루, 8회 1사 만루 기회에서 침묵하며 추격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이기는 법이 꼭 점수를 내는 것만이 아닌, 점수를 막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SK였다. 이날 세 차례 아쉬운 수비가 3실점으로 이어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3회 다이아몬드의 폭투 실점까지 생각하면 전체 6점 중 4점을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그랬다면 SK는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었고, 흐름에 따라서는 4연승을 기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큰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SK가 불안한 흐름을 조기에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