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韓영화, 좋은 여배우 많은데 왜 원톱 꺼릴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9 16: 08

마음 놓고 주연을 맡길 마땅한 여배우가 없는 걸까. 아니면 남자 배우들에만 치중한 것일까. 아무래도 현 영화계의 특징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여배우들 나름대로 의지와 의욕을 갖고 출연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캐스팅 제안이 적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30~40대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몇 몇 여배우들이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특히 20대 초반 여자 연기자의 부재는 심각한 상황이다. 영화계에서 특별히 거론할 만한 여배우가 없는, 20대 초반의 여자 연기자 시장에서 앞으로 누가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 기대조차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여배우 기근 현상’은 여배우들이 남배우들에 비해 겉치장에 더 치중하고, 어려운 장면은 꺼리고, 비중이 적은 캐릭터는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영화산업 자체가 남성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제작에 열의를 올리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주연 여배우로서 관객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여자 연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전도연, 김혜수, 김민희, 손예진, 배두나, 전지현 등이 흥행작에 출연할 연기자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과 감독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악녀’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여자 원톱 영화가 안 된다는 말이 제 귀에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 들려서 만들어보고 욕구가 컸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여자 영화를 만들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하더라. 좋은 여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어릴 적 로망을 살려 작업을 했다”고 여배우를 원톱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를 밝혔다. 감독들이 제작 의사가 있더라도 투자를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영화 ‘추격자’(2008)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 한국영화는 범죄 스릴러 액션영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척박했던 한국 스릴러의 토양이 2000년대 초반을 거쳐 중반 이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5년 사이에 만개한 인상을 준다.
시대마다 인기 있는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이제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인기가 저물어가고 그 자리를 스릴러가 채우고 있다. 한 때 여배우들은 아름답고 섹시한 미모로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여배우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장르는 로맨스와 코미디 혹은 호러 같은 장르에서 돋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여배우들이 활약하는 장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비교적 많은 제작비와 주요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주로 범죄 드라마나 사극, 그리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집중된 느낌이 강하다. 이유는 이 같은 장르의 영화들이 정통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에 비해 관객들에게 더 잘 팔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성을 위해 안 되는 작품을 억지로 만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배우 기근에 허덕이는 영화계에서 신선한 마스크에, 끈질긴 근성을 가진 배우가 높은 평가는 받는 가운데 만일 아직 연기력이 미숙하다면 연기에 대한 감을 터득하는 것이 앞으로 선행되어야할 과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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