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던 분위기를 바꾸고 팀의 인내심을 기른 것은 타격이나 마운드가 아닌 수비였다. 넥센이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치며 끈질긴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나온 실책 하나에 모든 호수비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넥센은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5회까지 1-5로 뒤졌으나 이후 홈런포로 추격을 개시한 끝에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9회 실책이 빌미가 된 끝내기 안타를 맞고 마지막에 주저앉았다.
선발 매치업(윤희상-김성민)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위기는 일찍 찾아왔다. 1회부터 김성민이 흔들리며 무사 1,2루를 만들어줬고 최정에게 적시타, 로맥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그러나 수비가 이런 김성민을 부축했다. 시작부터 좋은 수비로 대량 실점을 막아냈다.
이어진 0-2 무사 2,3루에서는 한동민의 타구가 날카롭게 우측 방면으로 뻗었다. 홈런성 타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성 코스였다. 그러나 우익수 허정협이 마지막 순간 팔을 쭉 뻗으며 한동민의 타구를 잡아냈다. 3루 주자 최정은 태그업해 홈을 밟았으나 빠지는 것을 기다리며 2루와 3루 사이에 서 있던 2루 주자 로맥은 황급히 2루로 귀루해야 했다. 1점을 막아내는 호수비였다.
이어 김동엽의 타구도 잘 맞지는 않았으나 코스가 좋았다.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질 법한 타구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하성의 수비가 기가 막혔다. 뒷걸음질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 살짝 뛰어 올라 잡아냈다. 역시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1사 1,3루가 되는 상황이었으나 2사 2루로 이어졌다. 결국 김성민은 1회를 3실점으로 막았다. 주자 상황, 타구에 비하면 선방한 1회였다.
넥센은 채태인의 연타석포로 1점차까지 추격했다. 4-5로 1점을 뒤진 6회에는 1사 후 김동엽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성민이 김동엽을 견제로 잡아냈다. 8회 윤석민의 솔로포로 동점을 만든 상황에서는 채태인의 호수비가 나왔다. 8회 1사 1루에서 타석에서는 이날 감이 좋은 한동민이었다. 한동민이 하영민을 상대로 1루 방면의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는데 채태인이 이를 잡아냄과 동시에 몸을 날려 1루 주자 로맥보다 먼저 베이스를 찍었다.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공을 놓쳐 우전안타가 되는 타구였지만 채태인이 침착하게 포구했고 후속 동작 역시 아주 좋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5-5로 맞선 9회 1사 1루에서 SK 대주자 노수광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여기서 포수 주효상의 2루 송구가 빗나가는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고 발 빠른 노수광은 3루까지 내달렸다. 단번에 끝내기 상황에 몰린 넥센은 전진수비를 했으나 이재원의 타구는 외야수들이 일찌감치 포기할 법한 끝내기 안타로 이어지며 허무하게 패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