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야심차게 들고나온 스마트스피커. 하지만 비싼 가격말고 기존 스마트 스피커와 별 다른 장점은 보이지 않았다.
애플은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매키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7를 개최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나 맥북 새제품, iOS 11 등을 공개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Pod)'이었다.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내 AI 스피커의 판매량은 570만 대였지만, 2017년에는 약 2500만 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러한 시장에서 아마존과 구글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5%를 넘어간다.
애플은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를 세상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하지만 활용에서 뒤쳐졌다. 시리가 스마트폰에 머무르는 사이 다른 회사의 AI 비서는 활용 영역을 넓혔다. 특히 아마존은 처음으로 음성인식AI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알렉사(Alexa)'로 스마트 가전(IoT)과 AI 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압도적인 ‘알렉사 스킬 스토어’를 통해 스마트폰 초기 애플 이상의 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구글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으로 맞서고 있다.
경쟁자인 두 회사가 시장의 이슈를 독점하자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5월에 열린 ‘Build 2017’에서 음향 기기 전문 업체 하만카돈과 함께 개발한 AI 비서 코타나 탑재 스마트 스피커 ‘인보크(Invoke)를 공개했다.
MS는 인보크가 스마트 스피커 최초로 전화 기능을 탑재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인보크는 MS의 스카이프(Skype)를 탑재해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 화제가 됐다. MS는 모바일 시대 부진 타개책을 위해 크로스 플랫폼을 강조하면서 인보크에서도 엑스박스, PC, 노트북등을 합친 통합 생태계를 강조했다. MS는 인보크에서 윈도우 앱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피스365' 같이 비지니스 생태계가 발달한 MS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소개를 할 만큼 애플은 스마트스피커 ‘홈팟’에 공을 들였다. 검은 색과 하얀 색 두가지 색상으로 준비된 홈팟은 7인치의 길이에 원형 구조의 스피커로 나타났다. 당초 기대와 달리 터치 스크린 화면이 없는 ‘아마존 알렉사와’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
애플은 스마트 스피커 홈팟의 장점으로 음질을 강조했다. 애플은 "애플이 설계한 상향식 우퍼가 커스텀 A8칩과 결합하여 깔끔한 베이스 음색이 전달되도록 실시간 소프트웨어 모델링을 통해 베이스를 관리한다"고 홈팟 음질의 비결을 설명했다.
홈팟은 A8 칩이 오디오 기능 뒷받침하는 뇌(brain)의 역할을 수행한다. 홈팟은 스스로 자동 룸 센싱 기술을 통해 방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 즉 구석에 있는지, 탁자 위 또는 책장 안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몇 초 안에 사운드를 최적화하여 어디에 놓여 있든 몰입감 넘치는 음악 감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에코 제거 기능을 통해 AI 비서 시리가 사용자가 가까이 있든지 혹은 다른 방에 있든지 상관 없이, 심지어 음악이 크게 재생되고 있을 때에도 목소리 인식 가능하게 만들었다.
만약 홈팟이 스피커라면 혁신 그 자체라 볼 수 있는 다양한 성능으로 무장했다. 안타깝게도 홈팟은 그냥 스피커가 아니라 '스마트스피커'.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 성능도 성능이지만 탑재한 AI의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애플은 앞서서 시리 역시 다른 AI 비서처럼 딥러닝을 통해 꾸준히 향상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애플은 "이용자는 홈팟에 탑재된 시리에 조명을 키고, 커튼을 닫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한 홈팟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뉴스, 스포츠 및 날씨에 대한 업데이트를 얻거나 스마트 가전(IoT)를 제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팟은 기존의 스마트 스피커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팀 쿡 CEO는 이번 '홈팟'은 애플의 음성 비서 플랫폼인 시리가 더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개선됐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스마트스피커 시장 선두주자 아마존은 이미 터치스크린을 단 스마트스피커 '에코 쇼'를 공개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나 언론에서는 애플 역시 시리 스피커에 터치 패널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홈팟은 예상을 저버렸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해외 외신들 역시 "애플의 홈팟은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이 의심스럽다. 애플은 AI 비서 시리의 기능이 향상됐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보여진 모습만으로는 기능 향상은 미미한 수준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높은 가격도 홈팟의 스마트스피터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보인다. 홈팟의 가격은 기본 349달러(약 39만원) 선에서 시작한다. 애플은 옵션에 따라 가격은 400달러(약 45만원)에서 700달러(약 80만원)를 오갈 것이라 덧붙였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이미 애플 제품을 여러개 구매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이미 가격에서 밀린다.
한 마디로 WWDC에서 공개된 정보만 보면 홈팟은 기대이하였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은 커녕 같은 후발 주자인 MS 인보크보다 나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이 핸즈온(실사용)에서 홈팟만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cadoo@osen.co.kr
[사진] 홈팟. 2 MS 인보크. 3 시리 사용중인 홈팟. 4 아마존 에코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