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던 외국인 투수가 예기치 않게 낙마했다. 거기에 주축 타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 내지는 컨디션 난조로 살아나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리그 2위다. '막내' NC의 저력이다. 사령탑은 이러한 칭찬에 손사래를 치며 '그저 버틸 생각뿐이다'라고 한다.
NC는 지난 주말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싹쓸이했다. 4연패의 좋지 못한 흐름을 1일 마산 KIA전에서 깼다지만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3승을 더하며 어느덧 4연승. 선두 KIA와도 두 경기 차이다.
매 경기 쉽지 않은 흐름이었지만 어떻게든 승리를 지켜냈다. 그래서인지 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김경문 NC 감독의 표정은 하루하루 더 밝아져갔다. 특히 KIA가 2일과 3일 경기를 삼성에 내주며 승차는 두 경기까지 좁혀졌다. 김 감독은 4일 경기를 앞두고 '선두와 두 경기 차로 좁혀졌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런 얘기 말아달라. 우리는 1위 성적은 안 본다. 우리와 중위권 팀의 승차가 크지 않다. 3위에 따라잡히는 게 더 신경쓰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의 이런 약한 모습에는 이유가 있다. NC의 전력이 '완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야심차게 새로 영입한 제프 맨쉽은 개막 7경기서 7승을 거뒀다. '20승은 충분하다'는 예상에 먹구름이 낀 건 5월 중순. 맨쉽은 팔꿈치 근육 손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NC는 6일(오늘) MRI 재촬영 결과에 따라 복귀 프로그램을 짤 예정이다. 당초 완치까지 6주 진단이 나왔으니 순조롭게 복귀가 진행되더라도 2~3주는 더 걸릴 전망이다. 토종 선발진이 약한 NC로서는 가장 악재였다.
거기에 주축 타자들의 부진이 겹쳤다. 나성범은 수비 도중 입은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상태. 거기에 5월 중순까지는 '베테랑' 박석민마저 침묵했다. 팀 공격을 이끌 박민우도 햄스트링 부상 탓에 5월 중순에야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NC로서는 악재가 엎친 데 덮친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5월을 버텨냈다. NC는 5월 한 달 동안 12승13패로 승률 4할8푼을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은 "5할이 목표였는데 딱 한 경기가 부족했다"라며 "맨쉽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기에 들어간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변칙 운용도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선발진 땜질이 급선무였다. 든든한 에릭 해커 외에 믿을 만한 선발진이 없는 NC는 이재학과 구창모를 축으로 다양한 선수들을 내세운다. 6일 창원 롯데전 선발은 이형범이다. 이형범은 올 시즌 불펜으로만 10경기에 등판했다. 생애 첫 선발등판. 지난달 31일 창원 KIA전서 4⅓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이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고 있는 최금강도 있다. 거기에 장현식, 정수민 등 젊은 선수들이 합류한다면 어떻게든 5선발은 돌아간다. 김 감독의 변칙 운용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타자진이 살아났다는 점은 다행이다. 베테랑 이종욱과 박석민은 5월 중순부터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원종현-김진성-임창민 필승조까지 든든하다. 이민호마저 불펜으로 돌아선 뒤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선발이 버텨주기만 한다면 타격과 뒷심으로 경기를 따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계획은 4일 LG전서 실현됐다. NC는 9회 마지막 공격까지 4-5로 뒤져있었다. 선발투수 이재학이 4⅓이닝 4실점으로 강판된 게 뼈아팠다. 그러나 불펜진이 남은 이닝 동안 한 점만을 내주며 경기를 끌고 갔고 9회, 박석민의 동점 적시타와 이호준의 역전 희생플라이가 터졌다.
NC의 6월 버티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맨쉽이 오기 전까지 지금만큼의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에이스의 복귀는 반등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