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여기 계십니까?"
요즘 한화 관계자들은 대전 홈경기에서 이상군 감독대행을 찾을 때마다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쓰는 공용 화장실에서 이상군 대행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감독실에 전용 화장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이상군 대행은 이곳을 쓰지 않는다. 감독실을 비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감독대행을 맡게 된 이상군 대행. 두 번째 경기를 마친 뒤 코치실에 있던 이 대행의 짐도 구단 직원들에 의해 감독실로 옮겨졌다. 통상 감독대행도 감독에 준하는 대우가 기본. 확 달라진 대우에 이 대행도 한동안 어쩔 줄 몰라했다.
이 대행의 감독실 생활을 오래 가지 않았다. 지지난 주말 마산 원정을 다녀온 뒤 자신의 짐을 다시 코치실로 옮겼다. 지난주 대전 홈 6연전 동안 코치들과 함께 코치실을 썼다. 김광수 전 수석코치가 사용하던 코치실 내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함께 업무를 봤다.
이 대행은 감독실을 비운 이유에 대해 "불편하기도 하고, 감독실 안에 들어가 있으면 코치·선수들과 거리감이 생길 것 같았다. 지금은 팀의 화합이 중요한 시기다. 선수단과 거리감을 좁히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선 감독실을 쓰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감독실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대행은 "선수들하고 면담을 하거나 외부에서 손님들이 올 때는 감독실을 쓴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윌린 로사리오를 선발 포수로 기용한 날에도 그와 이곳에서 면담을 통해 최종 결정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요즘 감독실 풍경을 보면 사랑방 같다. 선수들이 자주 찾아 이 대행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위를 버리고 코치 때처럼 선수들과 허물 없이 소통하고 있는 이 대행은 원정 이동 때도 선수단 버스를 함께 사용한다. 지난 5일 월요일 휴식일에도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서산까지 방문,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뒤 광주 원정을 떠났다.
이 대행은 "쉬는 날인데 경기 일정이 잡혀 온 것일 뿐이다"면서도 "직접 보고 싶은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1~2군 전체 화합을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 한화 관계자들은 "이 대행이 서산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2군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의욕적으로 임했다"고 귀띔했다.
한화는 이 대행 체제로 치른 12경기에서 5승7패로 선전 중이다. 차기 감독이 확정되지 않은 불완전한 체제에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고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 한화 관계자들은 "코치 시절부터 함께한 이 대행을 선수들이 잘 따르고 있다"며 "차기 감독 선임은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로 길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