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훈남듀오’ 1415의 금요일 vs 아이유의 금요일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6.05 14: 17

훈남듀오. 식상한 표현이지만 1415(주성근 오지현)를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훈남듀오’라는 이미지 외에는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았다. 1987년생 주성근은 음악보컬 선생님이고, 1994년생 오지현은 웹툰에서 막 튀쳐나온 외모를 지녔다. 이들이 지난 4월21일 발표한 데뷔 EP 타이틀곡 ‘선을 그어주던가’를 들어보면 이들의 ‘훈남’ 이미지는 더 강해진다. 주성민의 타고난 음색과 존 스코필드가 연상되는 오지현의 기타는 그야말로 극강 케미. 이 곡을 듣고 팬들이 됐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꽤 많다.
1415는 직배사 유니버설뮤직이 지난해부터 준비해 올 4월 공식 출범시킨 자체 레이블 ‘온더레코드(ON THE RECORD)의 첫 주자.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유니버설뮤직은 저스틴 비버 등이 소속된 데프잼(Def Jam),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리퍼블릭(Republic), 에미넴 등이 소속된 인터스코프(Interscope) 등 다양한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온더레코드에는 1415를 비롯해 TAEK(택), YEIN(예인), YOONCELL(윤셀)이 소속돼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촘촘한 1415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과연 훈남들이었다.
= 잘 생겼다. 주성근은 서브 남주 이미지, 오지현은 묘하게 박보영 문근영 강소라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유니버설뮤직이 외모를 보고 뽑은 것 같다.

(1415) “하하.”(인터뷰에 동석했던 유니버설뮤직 직원은 ‘엄격한 내부 기준을 통과한 친구들이었다. 온더레코드 설립의 주춧돌이 됐다’고 설명했다.)
= 우선 각자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주성근) “아버지가 LP 수집가라서 어렸을 때부터 모타운이라든가 퀸 같은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 다시 학업에 집중했고 음악은 취미 정도였다. 지방대 한약과에 다니던 지난 2005년 브라이언 맥나잇 내한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음악을 해야겠다 마음 먹고 곧바로 자퇴를 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 실망이 대단하셨다. 서울 압구정동의 라이브아미라는 학원에서 음악 공부를 다시했다. 그런데 학원에서 ‘너는 애들을 가르쳐도 되겠다’라며 군 제대후 보컬 트레이닝을 맡겨주셨다. 올해가 벌써 7년째인데 지난 2013년에 지금 옆에 있는 오지현을 학원에서 알게 됐다. 지현이가 기타를 잘 쳐서 같이 잼을 많이 했다. 그동안 모아둔 곡이 꽤 된다. 지금은 함께 살고 있다.”
(오지현) “초등학생 때 장기자랑에서 멋을 내고 싶어 처음 기타를 잡았다. 중학생 때 현재 데이식스에서 활동중인 원필, 작곡가로 일하는 심현, 이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즐겼다. 1920년대 재즈블루스부터 현대음악까지 희귀음원을 누가 더 많이 구해오나 경쟁을 할 정도였다. 그러다 무조건 암기를 강요하는 학교 스타일에 지쳐 반장이었던 고1 때 자퇴를 했다. 그리고는 여러 사운드를 만들고 노래를 들으며 지냈다. 특히 영국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중이던 다니엘 민이라는 형을 만나 패션이나 미술, 철학, 문학 같은 음악 외적인 것도 많이 배웠다. 점점 내가 만든 노래를 갖고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세졌다. 그래서 노래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갔고 그곳에서 (주성근) 형을 만나 같이 잼을 하고 그랬다. ‘내가 찾던 상상속 사람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내가 먼저 ‘형, 같이 살자’고 했다. 현재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살고 있다.”
= 어떤 집에서 사나.
(오지현) “우리가 음악을 하니까 시끄러워도 되는 2층짜리 연립주택을 구했다. 룸메이트를 한 명 더 구해서 월세 부담을 줄였다.”
= 두 사람 모두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공부도 잘했으며 자퇴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기하다. 팀 이름 ‘1415’는 어떻게 짓게 됐나.
(오지현) “코드는 한 키에 들어갈 수 있는 정형화된 음들을 말하는데, 저희가 주로 쓰는 곡들 코드를 살펴보니까 C코드, F코드로 시작해서 C코드, G코드로 끝나더라. 즉, 1도, 4도로 시작해서 1도, 5도로 끝나는 노래가 많아 1415로 이름을 지었다. 팀 결성은 2014년에 했는데 팀 이름은 지난해 여름에 지었다.”
= 2015년에는 SBS ‘K팝스타 시즌4’에 지원했다고 들었다.
(오지현) “예선을 통과했는데 본선 출연통보 전화를 두 사람 모두 받지 못했다. 형은 당시 대출상담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모르는 전화는 안받는 상태였고, 나는 마침 전화 온 바로 전날 핸드폰을 분실했다. 일주일 동안 전화가 왔었더라.”
= 현 소속사 유니버설뮤직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주성근) “앨범을 내려면 유통을 해야하니까 유니버설뮤직에 음원과 프로필을 보냈다. 그랬더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때 보낸 음원이 데뷔 EP에도 실린 ‘Lovable’이다.”
= 왜 유니버설뮤직이었나.
(주성근) “소속사도 없이 유통만 하려면 유통사가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기에 유니버설뮤직이 최고였다.”
= 그렇게 해서 4월21일 데뷔앨범 ‘Dear : X’가 나왔다. 소감이 어떤가.
(주성근) “데모곡 준비는 다 된 상태였는데, 이를 상품화하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올 겨울에 또 EP를 낼 예정인데 이 곡들도 이미 다 준비돼 있다. 앞으로 나올 앨범의 색깔은 점점 진해지지만, 이번 앨범은 우리 곡 중에서 달달하고 편한 곡들로만 채웠다. 우리 곡을 듣는 분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 ‘Dear : X’로 앨범 제목을 지었다. 전 곡 모두 캐나다 토론토 험버스튜디오에서 하루만에 녹음했다.”
= 앨범을 들어보면 5개 트랙(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 선을 그어주던가, Lovable, 봄이 온 것 같애, 뜬구름)이 모두 사랑 연작이라는 느낌이다.
(주성근) “맞다. 사랑 이야기다. 1번트랙 ‘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은 현재 사랑 중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곡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사랑을 그렸다. 2번트랙 ‘선을 그어주던가’는 ‘썸송’인데 3분만에 나왔다. 지현이 기타 소리가 들리길래 곧바로 가사를 만들었다. 가사의 모티프는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였다. 이 곡에 대한 답가로 만들었다. 3번트랙 ‘Lovable’은 지현이랑 재즈를 들으면서 썼던 노래다.”
= 오호. ‘선을 그어주던가’가 ‘금요일에 만나요’ 답가였나. 개인적으로 ‘금요일에 만나요’는 스테디셀러 명곡이라 생각한다.
(주성근) “저희도 ‘금요일에 만나요’를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금요일에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정작 자기 속내를 이야기안하는 것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할 그런 느낌을 담았다.”
(오지현) “완성된 다음에 두 곡을 들어보니 코드가 서로 잘 어우러져 굉장히 신기했다.”
cf. 아이유 ‘금요일에 만나요’ 가사 = ../ 우~ 이번 주 금요일 우~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주말까지 기다리긴 힘들어 시간아 달려라 시계를 더 보채고 싶지만 (mind control) 일분 일초가 달콤해 / 이 남자 도대체 뭐야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기겠어 온 종일 내 맘은 저기 시계바늘 위에 올라타 한 칸씩 그대에게 더 가까이..
cf. 1415 ‘선을 그어주던가’ 가사 = 금요일인가 네가 만나자 했던 날이 그 시간 이후로 난 너와 나 생각해봤어 무슨 일일까 아니 무슨 말을 할까 아니 무슨 옷을 입을까 그렇게 금요일이 왔어 / 너의 발을 맞추려 할 때마다 넌 빠르게 걷는 걸 느껴 oh my mind 말도 못한 채 네 옆에 서 있는 내가 널 안아볼 수 있다면 / 여기까지였던가 거길 가도 될런가 애매하기만 하다 아예 선을 그어 주던가 네가 나를 잡던가 잡힐 손을 주던가 오늘도 이렇게 너를 보낸다..
= 앨범 재킷이 인상적이다.
(오지현)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부터 팬이었던 비너스 멘션이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다. 한국사람인지도 몰랐다. 다음날 답문자가 와서 전화를 해서 만났다. 그 분이 저희 노래 들어보시고 너무 좋다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겨울에 나올 EP도 이 분이 해주실 예정이다.
= 그런데 디지털 음원 아트워크(사진)와 CD 재킷 아트워크가 다르다.
(주성근) CD 속지를 꺼내보면 다 한 그림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쓰는 방의 풍경이다. 처음 (디지털용) 아트워크를 보다보니까 너무 불안정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쪽으로 바꿨다. 디지털 커버에는 정적인 것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CD 커버는 원래 작품대로 했다.
= 함께 찬찬히 들어보자. 생각나는 대로 각 트랙에 대한 코멘터리를 해달라. 우선 ‘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 지금 들리는 드럼은 누가 쳤나.
(오지현) “마이크라는 캐나다 사람이다. 드럼 심볼을 손이 베일 정도로 얇게 깎은 커스텀 모델이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음향학을 전공한 형인 앨런 JS 한(한준수)이 앨범 믹싱을 했고 (고품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타이달(TIDAL)에도 앨범을 올려주셨다. 기타는 제가 직접 친 것인데, 존 메이어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쨌든 이번 앨범은 하루에 녹음을 다 해야해서 마이크를 30개 이상 동원했다. 그래야 곡마다 룸 사운드가 다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드럼도 그렇고 녹음도 그렇고, 진짜 ‘변태’ 같은 앨범이었다.(웃음) 기타는 존 스코필드 시그니처를 썼다.”
= ‘선을 그어주던가’, 한마디로 썸송이다.
(오지현) “지금 들리는 라이더 소리가 특수제작한 심볼 소리다. 처음에는 리버브가 걸려있다가 곧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멀리서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난다. 이 곡은 처음 나왔을 때 실시간차트 종합차트에서 8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나. '선을 그어주던가'라는 단어 자체의 어감이 좋다.
(주성민) “뭔가 느낌이 오고 생각이 날 때 핸드폰에다가 메모를 해둔다.”
= ‘Lovable’은 역시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음색이다. 그리고 미니멀한 구성도 돋보인다.
(오지현) “피씨방에서 자주 듣던 듀크 조던의 ‘I Should Care’ 느낌을 많이 담았다. 그리고 이 곡은 원 기타, 원 보이스 구성이다. 사랑을 전하는 노래인 만큼 많은 말들과 악기가 필요없을 것 같았다. 목소리에 최대한 진심이 담겨야 하니까 다른 것은 다 뺐다. 최대한 담백하게 진실성있게 만들려고 했다. (믹싱을 맡은) 준수 형이 ‘서로 마음에 들 때까지 하자’며 믹싱을 12번이나 했다. 다른 곡들보다 2배나 걸려 완성된 노래다.”
= ‘봄이 온 같애’는 경쾌하고 발랄하다. 하긴 사랑을 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기분까지 좋아지니까.
(주성근) “중국에서 음원차트를 하시는 분이 자기한테 팔라고 했던 곡이다.(웃음)”
(오지현) “말 그대로 봄이 와서 사랑을 했거나 사랑을 해서 봄이 온, 둘 중의 하나인 그런 기분을 그렸다.”
= 지금 (착착 거리며) 들리는 악기는 뭔가.
(오지현) “쉐이커다.”
(주성근) “이 곡에는 스트링이 없다. 스트링을 넣으면 무거워지고 장엄해진다. 하지만 겨울 앨범에는 딥하게 스트링을 넣을 생각이다.”
= 마지막 트랙 ‘뜬구름’은 왠지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 떠오른다.
(주성근) “좀더 팝스럽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 제가 코드를 많이 안쓰는 편이다. 이를 보완해주려면 기타 리프가 더 필요한데 지현이가 신경을 많이 썼다.”
(오지현)  “상대방이 조금만 호감을 보여도 가슴 설레는 상황을 그렸다.”
=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려달라.
(주성근) “17일 홍대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을 한다. ‘선을 그어주던가’ 어쿠스틱 버전을 시작으로 버스킹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계속 공연하고 편곡하고 녹음하러 캐나다에 가고 그럴 것 같다.”
(오지현) “아직 준비중인 단계인데 라이브 영상으로 아트필름을 꾸며볼 생각이다. 그리고 패션 스타일리스트나 디자이너 분들과 콜라보 전시회 같은 것도 할 계획이다.”
/ kimkwmy@naver.com
사진=손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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