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 기록 끝난 김태균, 끝없는 자책도 끝낼 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05 05: 40

"태균이가 아까 쳤는데, 또 치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4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던 김태균(35)을 애잔하게 바라봤다. 첫 번째 조로 이미 타격 훈련을 마친 김태균이었지만 잠시 쉬고 난 뒤 다시 배트를 들고 나왔다. 마지막 조 훈련이 끝날 때까지 방망이를 휘두르며 두 배의 훈련을 소화했다. 
김태균은 "지금 야구를 이렇게 못하는데 (훈련 더 많이) 해야 한다"며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에 바빴다. 지난달 30일 경기를 마친 뒤에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야간 특타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날 김태균은 "하루 정도 못해도 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4번타자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만 해도 큰데 연속 출루 기록까지 그의 양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지난해 8월7일 대전 NC전에서 5타수 5안타를 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던 연속 출루 기록이 해를 넘겨도 이어졌다. 허리·햄스트링 통증으로 빠진 14경기를 제외하면 쉼 없이 출루했다. 
KBO리그 펠릭스 호세(63경기), 일본프로야구 스즈키 이치로(69경기),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엄스(84경기) 기록에 도전하면서 언론의 관심도 집중 조명됐다. 평소에는 기록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타이기록이나 기록 경신이 걸린 날에는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의 관심과 기대도 점점 더 커졌다. 
85경기 연속 출루로 한미일 프로야구 최다 기록을 세웠을 때도 김태균은 "타격감이 워낙 안 좋아 출루 기록 도전도 거의 포기 상태였다. 솔직히 마음 편하게 좋지 않은 부분을 고쳐나가고 싶었는데 매일 결과를 내야 하는 기록이라 부담이 됐다"며 "기록이 빨리 끊기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타격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김태균은 기록 달성 날 "지금이 가장 큰 고비다. 지금 상태라면 기록이 언제 끊겨도 할 말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이틀 만에 김태균의 기록은 끊겼다. 4일 SK전에서 4타수 무안타 무사사구로 물러났다. 302일 동안 이어진 86경기 연속 출루가 끝난 순간. 
기록이 마감된 후 김태균은 "언젠가 깨질 기록이었다. 내 기록이 깨진 것보다 팀 패배가 더 아쉽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앞으로 한 타석, 한 타석 소중히 여겨 팀이 승리하는데 기여하겠다. 마지막 타석 타구가 (좌익수에게) 잡혔지만 내 감을 찾는 스윙이 된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쉼 없이 달려온 대기록을 끝낸 김태균, 이제는 끝없는 자책도 끝내고 부담을 내려 놓을 때다. 기록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그에겐 이제부터가 제2의 시즌 시작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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