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날씬한 포수 본 적 없죠".
한화 2년차 포수 박상언(20)은 보통 포수들과 다르다. 대부분 포수는 덩치가 크고, 발이 느린 편이다. 하지만 185cm 큰 키에 체중이 79kg밖에 나가지 않는 박상언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발이 빠르다. 스스로도 "저처럼 날씬한 포수는 본 적 없다. 고교 1학년 때부터 포수를 봤는데 몸이 길어 불리할 것이란 생각은 했다. 그래도 포수를 한 것을 후회 않는다"고 자신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6년 2차 8라운드 79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박상언은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당초 대학 진학을 고려하다 지명 순위가 밀렸지만 한화 스카우트팀의 설득으로 프로 직행을 결정했다. 지난해 2군에서 경험을 쌓았고, 지난달 6일 육성선수 꼬리표를 떼고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올라왔다.
이제 1군 4경기 출장, 9이닝 수비로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9회말이 대표적이다. 4-4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상언은 SK 투수 서진용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어린 선수인데도 긴장 않고 생각보다 잘했다"고 칭찬했다.
박상언은 "솔직히 내가 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주자가 3루에 있어 상대 투수가 포크볼을 던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인이고, 힘이 없어 보이니 빠르게 승부를 들어오겠다 싶었다"며 "고교 시절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적이 있긴 하다. 원래 타격에는 자신 있다"고 만족보다 아쉬움을 표했다.
조인성·허도환·최재훈 등 핵심 포수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한 사이 박상언에게도 1군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1군에 왔다. 이왕 왔으니 오래 1군에 있고 싶다"며 "포수 선배님들이 볼 때마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로사리오도 포수하는 모습을 보니 힘뿐만 아니라 테크닉이 좋아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화 선배들을 제외한 포수 롤 모델은 양의지(두산). 최근 3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KBO리그 최정상급 안방마님이다. 박상언은 "지난번 두산전에서 양의지 선배가 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잘하시더라"며 "아직 난 부족한 게 많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인데 힘을 더 키우고,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경기를 하다 보면 많은 것을 알아갈 것 같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2군에서부터 박상언을 지도해온 신경현 한화 배터리코치는 "포수 체형은 아니다. 골반도 벌어지지 않았다"면서도 "1군에 올라온 뒤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 포수로서 좋은 성격을 가졌다. 포구, 송구력도 괜찮다. 블로킹이나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면 앞으로 좋은 포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