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타자기 종영②] 시청률 아쉽다고? 그럼에도 '시타'가 남긴 것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6.04 06: 50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 연출 김철규)'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방송 전 배우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만남과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평균 시청률 1~2%대라는 성적표를 받아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카고 타자기'에 대한 평은 여전히 높다.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스토리, 짜임새 있는 연출이 빛을 발해 갈수록 흡인력 있는 몰입감을 형성했기 때문. 특히 80년이라는 세월을 넘나들며 보여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는 해방 이후의 삶을 사는 현재의 우리에게 꽤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줬다는 평이다.
◇유아인·임수정·고경표의 재발견

원래부터 연기를 잘 했던 배우들이지만 '시카고 타자기'에서는 모두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먼저 이미 영화 '베테랑', '사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을 통해 연기력은 인정받은 유아인은 이번에도 강렬한 연기 변신을 보여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지난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약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임수정 또한 세월을 거스른 듯한 동안 미모로 열연을 펼쳤고,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보여준 두 사람의 다채로운 조합이 극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켰다.
고경표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질투의 화신'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그는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감탄을 이끌어냈다. 그는 방송 초반 의문투성이 유령으로 나타나 수많은 '떡밥'을 날렸으며, 이후에도 한세주(유아인 분)와 전설(임수정 분)을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으로 '스윗남'의 진수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고경표는 스토리 말미, 신율(고경표 분)이 류수현(임수정 분)을 살리기 위해 서휘영(유아인 분)을 밀고하는 장면을 절절하게 소화해 '인생 캐릭터'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80년 세월을 뛰어넘은 청춘들 
'시카고 타자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과 2017년 서울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펼쳤다. 특히 1930넌대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당시 독립투사들은 칠흑같이 깜깜한 암흑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희망을 꿈꿨다.
비록 일제의 앞잡이가 된 허영민(곽시양 분) 때문에 서휘영, 류수현, 신율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됐지만,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카고 타자기'만이 지닌 이러한 강점은 진수완 작가 특유의 필력 덕분에 더욱 견고해질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현대를 사는 청춘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명대사들을 탄생시켰기 때문.
그중에서도 한세주가 광화문에서 유진오(고경표 분)에게 "고생했다.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러고 산다"며 고마움을 전한 장면은 8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청춘이 청춘에게 건넨 인사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안겼다./ nahee@osen.co.kr
[사진] '시카고 타자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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