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 3일 오전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 중동 원정길에 나섰다. 한국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2시 아랍에미리트 에미리츠클럽 스타디움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른다. 14일 새벽 4시엔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경기장서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벌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가늠할 중대 일전이다. 한국은 7경기서 4승 1무 2패(승점 13)로 조 2위에 올라있다. 지난 중국 원정서 뼈아픈 일격을 당하면서 1패를 당한 것이 컸다. 중국전 패배로 인해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추격을 허용했다.
2위까지 본선행 직행티켓이 주어짐을 감안하면 대표팀에게는 카타르전 승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카타르전을 포함해 대표팀의 남은 일정은 만만치 않다. 9차전 홈경기 상대는 조 선두 이란(승점 17점)이다. 최종 10차전서 2위 경쟁국인 우즈벡 원정 경기가 기다린다.
슈틸리케호는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서 부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가진 세 차례 경기(1무 2패)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홈에서도 네 차례 경기서도 만족할만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모두 승리를 챙긴 반면 원정에서는 결과도, 내용도 가져오지 못했다.
시리아와 원정 2차전은 제3국 중립 경기로 펼쳐졌음에도 0-0으로 비겼다. 조 1위 이란과의 원정 4차전에선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0-1로 패했다. 특히 올 3월 중국과의 원정 6차전도 충격의 0-1 패배였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원정 세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한 점이다.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두 골만 내준 경기력은 원정이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도 원정 부진을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출국 공식 인터뷰서 "중동 원정에서 우리의 축구 철학인 점유율을 중시하는 축구를 보이겠다. 2년 반 동안 그 축구 철학을 유지해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점유율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찬스 메이킹과 마무리에도 신경을 쓰겠다. 철학을 지키면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주장인 기성용 역시 "카타르 전은 매우 중요한 경기다. 선수들 모두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지 최종 예선에서 원정 승리가 없다. 카타르를 상대로 반드시 원정 첫 승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이 원정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월드컵 진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월드컵 진출은 단순히 슈틸리케 체제의 종말이 아닌 한국 축구 암흑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이 카타르전 승리로 희망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