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꾸역투' 해커, 버티는 자가 정말 강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03 20: 40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 3일 경기의 에릭 해커(34)에게 어울리는 문장이다.
해커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7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113개.
NC는 해커의 호투와 적절한 때 터진 타선을 앞세워 LG에 4-3 승리를 따냈다. 3연승으로 위닝시리즈 조기 확보. 해커는 팽팽히 맞선 7회와 8회 한 점씩 뽑아낸 타선의 적당한 도움을 받아 시즌 6승째를 챙겼다.

2일 잠실 LG전을 앞둔 김경문 감독은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부상으로 빠져있던 제프 맨쉽의 복귀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일 때였다.
맨쉽은 첫 7경기서 42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49를 기록 중이었다. KBO리그에서 데뷔 첫 7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건 맨쉽이 유일했다. 이 부문 신기록 보유자가 된 것. 그러나 맨쉽은 지난달 중순 팔꿈치 염증으로 최소 6주의 재활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은 "맨쉽이 5일 MRI 재검진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해커와 맨쉽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맨쉽은 마운드에서 파이터 기질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승부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며 공격적인 피칭으로 타자들을 괴롭힌다는 얘기였다. 이어 김 감독은 '때문에 큰 경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시선은 해커 쪽으로 옮겨 갔다. 김 감독은 "사실 해커의 투구를 보면 다소 꾸역꾸역 던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마운드를 내려올 때 기록을 살펴보라. 해커는 언제나 제몫을 다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데뷔해 어느덧 5년차가 된 해커. 장수 외인의 길을 걷는 해커를 칭찬한 것이다.
이날 경기도 김 감독의 이야기 그대로였다. 해커는 2회까지 무려 50구를 던졌다. 1회를 14개로 넘겼으나 2회 2실점하는 과정에서 36구를 던진 것이 뼈아팠다. 이때까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긴 이닝 투구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3회부터 달라졌다. LG의 3회 공격은 4번타자 양석환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해커는 양석환을 좌익수 뜬공, 오지환을 중견수 뜬공,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했다. 3회 투구수는 단 10구였다. 4회와 5회도 삼자범퇴였다. 6회 1사 후 오지환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2루까지 내달리던 그를 우익수 김성욱이 잡아냈다. 6회에도 잔루 없는 깔끔한 투구가 이어졌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해커는 1사 후 정상호에게 2루타를 내줬다. 그러나 후속 손주인과 김용의를 연달아 범타처리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2사에서 김용의의 큰 타구를 잡아준 중견수 이종욱의 공이 컸다.
해커는 이날 28타자를 상대했는데 그 중 풀카운트 승부가 네 차례였다. 경기 초반만 뜯어놓고 보면 깔끔한 투구는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7이닝을 채웠다. '선발투수, 특히 외인들은 6이닝 이상 던지며 승패를 본인이 챙겨줘야 한다'라고 늘 강조하는 김경문 감독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었다.
한편, 해커는 이날 승리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LG를 상대로 6연승, 잠실구장 7연승을 기록한 것. 무려 지난 2015년부터 2년째 이어져오는 기록이다.
이쯤 되면 해커는 버티고 살아남아 강한 사람인 동시에 강해서 버티고 살아남는 사람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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