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언이가 나가는 순간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한화는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5-4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양성우가 서진용에게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승리의 영웅이 됐다. 이날 경기 4번째 안타를 극적인 끝내기로 장식, 팀 동료들로부터 격한 물 세례를 받아야 했다.
승리의 주역이 된 양성우였지만, 그는 바로 앞타자 박상언(20)에게 공을 돌렸다. 양성우는 "앞에서 상언이가 공을 많이 봐준 덕분에 뒤에서 타석을 준비할 때부터 여유가 생겼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상언이가 살아나가는 순간 이길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성우의 끝내기에 앞서 나온 박상언은 귀중한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연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주석의 2루로 도루로 이어진 2사 2·3루 찬스. 9회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박상언에게 이날 첫 타석이 걸렸다. 윌린 로사리오의 포수 카드가 있어 대타가 예상됐지만 박상언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SK 우완 서진용을 맞아 1~2구 볼을 골라낸 박상언은 3구째 직구에 헛스윙을 했다. 이어 4구째 볼을 참아내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박상언은 5구째 파울을 만든 뒤 6구째 바깥쪽 살짝 빠진 직구를 골라내며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박상언이 볼넷으로 나간 순간 한화 덕아웃이 환호작약하며 승리를 예감했다.
유신고 출신으로 청소년대표팀 포수로 활약한 박상언은 2016년 2차 8라운드 전체 79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33경기 타율 2할9푼9리 26안타 1홈런 13타점으로 활약, 지난달 5일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이어 지난달 24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돼 대수비로만 출장했다.
아직 첫 안타는 없지만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4일 대전 KIA전에서 홍건희에게 볼넷을 얻는 침착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도 9회 수비에서 권혁과 호흡을 잘 맞췄고, 타석에서 집중력을 보여줬다. 양성우는 "상언이가 나이도 어린데 어려운 순간에 잘해줬다. 그 덕분에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칭찬했다.
박상언은 "직접 경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아쉽게 끝내지 못했다. 그래도 뒤에 성우형을 믿었다"고 배짱 두둑한 면모를 감추지 못했다. 양성우의 끝내기를 이끈 박상언의 결정적인 볼넷, 한화의 미래도 밝아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