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악녀' 김옥빈 "채서진, 칸에서 제게 여신 같다고 칭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3 13: 29

(인터뷰②에 이어) 김옥빈은 31살의 여배우다. 지난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해 올해로써 활동 13년차로 접어들었다. ‘유나의 거리’ ‘소수의견’ ‘박쥐’ ‘칼과 꽃’ ‘시체가 돌아왔다’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는 어느 순간 숨 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좀 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하려는 계획이었다. 모처럼 주연을 맡은 작품은 정통 액션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다. 킬러 숙희는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삶을 조종한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갚아주지만 알고 보면 연약한 여자다. 김옥빈은 액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이 영화가 보다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숙희는 여태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에 제 성격과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라며 “저 같은 경우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앞에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숙희는 그렇지 않다. 그녀의 속을 알 수 없었다. 연기하기 위해선 그 부분을 제가 찾아야 할 지점이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설명했다.

언제부턴가 충무로에는 남자 배우 열병이 돌고 있다. 스릴러 집착증과 남자 배우 선호 사상이 팽배해진 것이다. 이에 영화계의 좋은 자원은 모두 남자 배우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성적 장르인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 점점 약해지고, 남성 중심 액션 범죄 스릴러가 활개를 치고 있다. 김옥빈은 남성 중심의 영역에 전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여성 원톱 영화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 실전에 돌입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연습이 헛되지 않을 만큼 멋진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흥행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게 됐다. 여성 원톱 영화가 더 많이 나오기 바란다.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니 200만 정도만 넘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그 어떤 작품보다 주목받은 것은 2009년 개봉한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이다. 뱀파이어의 욕망과 기쁨, 사랑을 그린 ‘박쥐’에서 김옥빈은 아내 역을 맡아 신부 역의 송강호와 슬픈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김옥빈은 “‘박쥐’ 때 너무 어려서 그땐 너무 몰랐다. 몰라서 편안했던 게 있는 반면 이제는 알아서 불편한 것도 있다. 아는 게 많아지니까 촬영장에서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도 많고 오지랖이 점점 넓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옥빈은 ‘악녀’로 8년 만에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상영 후 외신과 관객들로부터 4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동생 채서진과 칸에 같이 갔다. 동생이 칸에서 제게 ‘언니가 제일 예뻐’ ‘여신 같다’고 칭찬만 해주더라. 제가 보기엔 동생이 더 예쁜데. 좋은 얘기 밖에 안 해주는 착한 동생이다. 자신감을 주기 위해 칭찬을 많이 해준 것 같다(웃음).”
이달 극장가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들이 점령하고 있다. ‘원더우먼’ 갤 가돗부터 ‘악녀’ 숙희까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복수를 꿈꾸는 여성 히어로들이 걸크러시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제가 ‘원더우먼’은 안 봤지만 사람은 숙희가 더 많이 죽일 것 같다(웃음). 이걸 자랑해도 될지 모르겠다. 하하. 감독님이 시작부터 ‘충격을 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악녀’의 숙희가 이런 여자라는 것을 처음부터 각인을 시키고 싶었다고 하셨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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