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유일한 바람, “동생아, 아프지만 말아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03 11: 15

최항(23·SK)은 최근 SK 퓨처스팀(2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하나다. 지난 대만 캠프 당시부터 방망이로 주목을 받았고,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연내 1군 승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항은 올 시즌 2군 46경기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며 타율 3할4푼8리, 5홈런, 34타점을 기록 중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라며 놀라워 할 정도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무려 4할7푼6리를 기록했다. 중장거리 타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재목이었는데 장타율이 0.536에 이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2군 성적이라도 주목할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아직 1군 데뷔를 이룬 선수는 아니다. 이제 만 23세의 유망주일 뿐이다. 그러나 최항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많다.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큰 형인 최정(30) 때문이다. SK의 간판이자, KBO 리그 최고 3루수인 최정이 첫째, 최항은 셋째다. 형의 덕을 봤다고도 볼 수 있다. 최항도 형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이 강하다. 경기장에서나, 집안 내부에서나 그렇다.

1·2군에 떨어져 있어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다만 형제간의 우애는 깊다. 전화 통화는 자주 한다는 게 최정의 설명이다. 최정은 “누가 자주 전화를 걸고 그런 것은 없다. 서로 일주일에 1~2번씩 연락을 한다”고 했다. 다만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대화에 야구에 관한 주제는 별로 없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야구선수를 떠나,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형제간의 통화다.
걸어온 길의 차이는 있었다. 첫째는 집안의 큰 기대를 받았다. 부모님도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 최정도 이에 대해 잠시 생각하더니 “항이에 비하면 그랬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첫째의 성공 덕분일까. 셋째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랐다. 최항은 “형과는 달리 나는 부모님께서 특별한 주문을 하지는 않으셨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형제는 야구선수로서의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최항의 주 포지션인 코너 내야다. 3루나 1루를 주로 본다. 공교롭게도 SK의 3루에는 형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다. 최항 뿐만 아니라 그간 수많았던 SK 3루 어린 선수들의 공통된 고민이자 벽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최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2루수로서도 훈련을 시키고 있다.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그 끝에 최항은 2일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열린 고양(NC 2군)과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2루수로 출전했다.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를 쳤고, 2루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정은 최항이 2루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묻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보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다만 “1군서 같이 뛰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저 “아프지만 말고 야구를 하라고 항상 이야기한다”고 했다. 최정은 최항의 형이기도 하지만, SK의 중심이기도 하다. 동생이 올라오면 누군가는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래도 얼굴에 떠오르는 잔잔한 미소는 숨기기 어렵다. 형제의 꿈은 말보다 그 미소 속에 숨어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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