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열 번의 기회에서 가능성을 못 보인 NC의 영건 구창모(20).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재신임을 보냈다. 구창모는 그렇게 열한 번째 선발등판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구창모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5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NC는 구창모의 호투에 힘입어 LG를 4-1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구창모의 시즌 2승.
올 시즌 초 김경문 NC 감독은 구창모에게 '열 번의 선발등판'을 약속했다. 아무리 부진해도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할 테니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 로테이션 탈락 여부는 10경기째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창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10경기 선발) 등판해 41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5패 평균자책점 5.66.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이날 등판이 (구)창모의 11번째 선발등판이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구창모는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응답하며 자신이 왜 NC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비록 시즌 세 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실점 이하)는 눈앞에서 놓쳤지만 호투 자체로도 의미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구창모는 "5이닝을 목표로 매 이닝 최선을 다했는데 팀이 이겼다. 기분 좋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이어 그는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하나"라고 질문해 취재진을 당황하게 했다. '인터뷰가 처음도 아니면서 왜 그러나'라고 답하자 구창모는 "하도 오랜만이라 헷갈렸다"라며 "밸런스가 안 좋아 제구가 흔들렸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구창모는 삼진 여섯 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네 개를 내줬다.
그럴 때 구창모를 잡아준 건 김태군의 리드였다. 구창모는 "(김)태군이 형이 '차분하게 리드만 따라라. 그러면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믿고 형의 미트만 보고 던졌다"라고 밝혔다. 또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믿음 역시 한몫했다. 구창모는 "감독님은 물론 최일언 투수코치님을 비롯한 코치분들이 최근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요즘 자신감이 붙어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구창모 역시 김 감독의 '10경기 공약'을 모를 리 없었다. 지난 등판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구창모. 그러나 자신감이 있었다. 경기 내용 자체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창모는 "직전 등판인 한화전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승리투수는 아니었지만 그 흐름이 오늘도 이어졌다"라며 "자신감을 챙겨주신 코칭스태프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 27일 kt전 이후 6경기(5경기 선발)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을 따냈던 구창모. 마음 한켠에는 불펜 투수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구창모는 이 기간 5이닝 이상 던진 게 딱 한 번에 불과했다. 구창모는 "한 달 넘게 승리가 없었는데 선발투수가 5회 이전에 내려가기 바빴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게 너무 미안했다"라며 "오늘은 5이닝 이상 던졌고 팀이 이겨 여러 모로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있는 믿음이야 원체 유명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선수 본인의 몫이다. 구창모는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