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6→0.791’ 고비의 테임즈, 버틸까 무너질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03 06: 05

올 시즌 최고의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올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에릭 테임즈(31·밀워키)다.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실패한 이 선수는, 변방인 KBO 리그에서 3년을 뛴 뒤 강해져 다시 MLB로 돌아왔다. 그리고 화려한 4월을 보내며 현지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테임즈는 2일(이하 한국시간)까지 48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 출루율 4할1푼2리, 장타율 0.602, 14홈런, 28타점, 42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1.9다. 보통 WAR 1당 700~800만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환산하는데, 그렇다면 테임즈는 이미 자신의 3년 연봉을 다 뽑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문제도 발견된다. 테임즈는 4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OPS 1.276, 11홈런, 19타점의 대활약을 선보였다. 4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 후보였다. 그런데 5월 들어 성적이 추락했다. 23경기에서 타율은 고작 2할2푼1리였다. 3개의 홈런과 9타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고, OPS는 0.791에 불과했다. 4월에 비해 OPS 추락 폭은 대단히 가파르다.

물론 테임즈의 4월 성적이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테임즈 스스로도 그랬다. 그러나 MLB 투수들의 견제가 계속되면서 예상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5월 타율은 테임즈가 고비를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테임즈의 4월 성적은 다 좋았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빠른 공을 받아친 타율은 4할5푼5리, OPS가 아닌 장타율 자체도 1.182에 이르렀다. 테임즈를 얕잡아본 투수들의 빠른 공 정면 승부를 용납하지 않은 결과였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테임즈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흔히 좌완이 좌타자를 상대할 때 자주 쓰는 슬라이더에도 강했다. 테임즈의 4월 좌완 슬라이더 상대 타율은 3할7푼5리, 장타율은 1.250에 이르렀다.
빠른 공에 강하고, 흔히 좌타자들이 보여주는 약점도 둔감했으니 테임즈를 상대하는 투수들이 겁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이에 차라리 큰 것을 맞지 말자는 식으로 철저한 바깥쪽 승부가 유행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진 테임즈는 이를 참아내며 오히려 출루율을 살찌웠다.
하지만 5월 들어서는 투수들의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테임즈가 강했던 슬라이더 승부를 줄이고, 체인지업과 커브와 같은 낙폭 큰 떨어지는 변화구를 집요하게 바깥쪽에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몸쪽 승부를 붙이는 패턴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바깥쪽이 약점이라고 보는 것인데, 실제 테임즈의 바깥쪽 타율은 크게 떨어진다. 높은 쪽, 낮은 쪽 모두 그렇다.
테임즈는 4월에도 체인지업과 커브에 대한 헛스윙률이 비교적 높았으며 타율도 낮은 편이었다. 체인지업은 2할2푼2리, 커브는 1할4푼3리였다. 이에 대한 연구와 로케이션 조합으로 테임즈의 방망이를 식힌 것이다. 빠른 공은 정면승부용이 아니라면 보여주기식으로 던지고 있는데 조급해진 테임즈는 4월에 비해 더 많은 스윙을 내고 있다. 자연히 승리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타구 타율도 하락 추세다.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테임즈가 반격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근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듯 좀처럼 정타가 나오지 않고 있는 테임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대 투수들이 테임즈를 까다로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선구안이 중요해졌다. 다만 여기서 무너질 경우 MLB에서의 성공은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6월까지도 부진하면 팀 내 입지도 장담할 수 없다. 테임즈의 6월 성적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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