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경기 연속 출루.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된 김태균(35·한화)은 늘 그랬던 것처럼 덤덤했다.
김태균은 2일 대전 SK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1회 첫 타석에서 문승원 상대로 우익수 앞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리며 출루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7일 대전 NC전을 시작으로 85경기 연속 출루. KBO리그 펠릭스 호세 63경기(2001~2006년), 일본프로야구 스즈키 이치로 69경기(1994년), 메이저리그 테드 윌리엄스 84경기(1949년) 등 한미일 기록을 새로 바꿨다.
무려 300일 동안 자신이 출장한 85경기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1루를 밟은 김태균. 그에게 출루는 이제 일상이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기록이지만, 엄청난 정확도·선구안 그리고 자기관리 없인 이뤄질 수 없는 위업이다. 다음은 2일 SK전 경기를 마친 후 김태균과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 메이저리그를 넘어 최다 연속 출루 기록을 달성한 소감은.
▲ 같은 리그였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리그가 다르다.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우리 KBO리그에서 이런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에 의미를 둔다. 어려서부터 타격관이라고 해야 할까, 팀한테 어떻게든 보탬이 되는 타격을 항상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매 경기 달성해야 하는 기록인데 부담이 되진 않았나.
▲ 사실 최근 몇 경기에는 거의 포기 상태였다. 요즘 워낙 타격감이 안 좋다. 내 컨디션은 좋지 않은데 기록에 대한 주목이 컸다. 편하게 마음먹고 좋지 않은 부분을 뭔가 고쳐나가고 싶었는데 매일 결과를 내야 하는 기록이었다. 솔직히 기록이 빨리 끊겨 내 감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운이 좋게 몸에 맞혀줘 1루에 보내준 덕도 봤다(웃음). 오늘도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는데 운 좋게 안타가 나왔다. 좋게 생각하면 그동안 내가 고생한 것을 보상해준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걱정인 건 지금 타격감이 너무 안 좋다는 것이다.
- 홈런 못지않게 출루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재조명시켰다.
▲ 출루라는 건 야구의 일부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어느 타자라도 매 타석에서 출루 하려고 할 것이다. 그 중에 홈런도 있다. 홈런도, 안타도 다 출루에 포함돼 있는 것 아닌가.
- 벌써 85경기 연속이다. 언제까지 기록이 이어질 것 같나.
▲ 솔직히 (시즌) 전 경기하면 좋겠다. 누구나 다 목표는 그런 것 아닌가. 타자들이라면 전 경기 출루하고 싶을 것이다. 사실 지금 이 기록까지 운도 많이 따랐다. 팀 동료 선수들이 응원도 많이 해주며 힘을 실어줬다. 감독님, 코치님들도 계속 도와주셨다.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기록이 끊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
▲ 최근에는 계속 그랬다. 마산 NC전 전까지는 좋았기 때문에 마산에선 기록이 끊길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산 원정이 끝나고 나서 타격감이 좋아질 줄 알고 특타도 했는데 잘 안 되더라.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으니까 곧 좋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감이 좋아지면 전 경기 출루에 도전하고 싶다.
- 앞으로 이 기록을 깰 만한 선수가 없을 듯한데.
▲ 왜 없겠나. 누군가 깰 것이다. 그보다 지금이 나에겐 가장 큰 고비다. 지금 워낙 감이 안 좋다. 지금 상태라면 기록이 언제 끊겨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 기록 달성 때마다 팀 승리와 인연이 없었는데 아쉬웠겠다.
▲ 내 개인 기록 때문에 축하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용히 묻어가는 걸 좋아하지, 튀는 건 안 좋아한다. 무엇보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팀이 졌는데 개인 기록을 세웠다고 방방 뜰 순 없다. 팀이 이겨도 그렇게 안 하는 스타일이다. 팀이 졌는데 개인 기록 때문에 기뻐하는 건 조금 그렇다(웃음).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