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옥자' 어디서 보나?"..넷플릭스와 극장의 팽팽한 줄다리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2 12: 29

 봉준호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옥자’를 드디어 이달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옥자’가 초청되면서 프랑스 칸에서 이미 한국 및 해외 언론, 관객들에게 공개됐는데 국내에서는 29일 정식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사실 ‘옥자’의 공개를 놓고 제작사와 국내 멀티플렉스 간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기획-촬영-편집해서 관객들에게 내놓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 순서가 ‘옥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칸 영화제에 이어 배급방식 논란이 국내 극장가로 옮겨 붙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6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미국 영화다. 각본과 연출은 한국의 봉 감독이 맡았지만 넷플릭스가 100% 출자한 만큼 한국영화사가 20% 이상 출자해야 하는 영화진흥위원회 공동제작 영화의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는 ‘미국 영화’로 분류된다. 칸영화제 홈페이지는 ‘옥자’의 출품국가를 한국과 미국 모두 표기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15일 넷플릭스와 국내 배급사 NEW는 ‘옥자’를 이달 29일 넷플릭스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옥자’의 온라인 서비스를 같은 날 실시하며, 미국과 영국의 극장에서도 개봉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측도 논의 중이다. CGV 측은 2일 OSEN에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 산업 시스템을 무시한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29일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우리로서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극장과 동시개봉한다는 것은 그동안 유지해온 영화산업의 선순환적 유통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옥자’를 이용해 자사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한국영화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그동안 지켜온 관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산업을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CGV는 ‘옥자’를 극장에서 개봉한 뒤 2~3주 후에 IPTV 구매 및 온라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 측도 “아직까지 상영한다, 안 한다는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 29일까지 계속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메가박스 측도 “‘옥자’의 극장 개봉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멀티플렉스가 반발하는 것은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서비스가 동시에 상영될 경우 극장 관객을 넷플릭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관계자는 “극장 사업자와 협의해 가능한 한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배급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시작됐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영화를 경쟁 부문에 초청하는 것은 영화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초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내년부터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내놨다.
지금까지가 ‘옥자’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타느냐 못 타느냐가 이슈였다면 이제는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공개하는 게 옳은지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다.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양측 모두 경제적인 이익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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