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韓개봉 난항 '옥자', 밥그릇 싸움VS질서 파괴..답은 소비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06.02 13: 30

아무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 하더라도 한국 개봉이 쉽지는 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옥자'의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를 한 차례 뒤집어 놓은 데 이어 국내 개봉을 두고도 시끌시끌하다.
이미 넷플릭스는 '옥자'를 전 세계에 공개하는 6월 29일(한국시간), 한국 영화관들에서도 동시 개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하지만 극장 측의 100% 동의를 얻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옥자'의 출연배우들인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 등이 내한해 홍보 행사를 가질 예정인데 이 역시 차질없이 진행될 지 아직은 미지수다. 할리우드 톱스타들이지만 국내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옥자'의 국내 배급사 NEW측 한 관계자는 2일 OSEN에 "영화관을 포함해 그 이외의 이벤트 장소와 날짜를 놓고 조율하며 기자회견, 레드카펫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에서 기자회견 및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거부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중이다.
'옥자'를 둘러싼 개봉 관련 이슈는 예견됐던 바다. 크게 소위 밥그릇 싸움이라 불리는 본질적인 시장 주도권 전쟁이 시작됐다.
'옥자'는 100%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제작투자영화로 약 582억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다. 한 마디로 넷플릭스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다. 다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대비 구독료가 높은 편인 게 단점이지만, 넷플릭스는 2010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약 7년 만에 전 세계 가입자 9300만명(유료 가입자 8900만명), 190여개 국가 진출했다. 비록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신규 가입자수는 예상치 368만명보다 낮은 353만명을 나타내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이지만 말이다.
이 넷플릭스 영화가 긴밀한 논의도 없이 스트리밍과 극장 개봉을 동시 진행한다는 것은 기존 영화계에 반발을 사기 충분했다. 이에 멀티플렉스 측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6월 29일 공개한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극장과 동시 개봉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한국의 영화산업과 관행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넷플릭스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옥자’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우리 영화산업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얘기가 보수적인, 이른바 '꼰대' 마인드라고 지적받을지 몰라도, 결국 가입자수 증가가 최종 목표인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상영에 반발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옥자' 같은 넷플릭스 기반 영화가 상을 수상할 만한 '자격'이 있냐는 것이 공론화됐었다. 프랑스 영화 위원회와 극장 협회는 '옥자'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위법'이라고 규정했고, 이후 칸 국제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극장 개봉을 하는 작품에 한해 경쟁작으로 선정하겠다며 새로운 규칙을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바다.
그러나 이것이 '옥자'에 국한된 이슈만은 아닐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흐름은 결국 막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런 생각을 견지한 이들에게는 어쩌면 봉준호 감독이 영화 시대의 변화 중심에 섰다는 사실만에 일면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또한 이들은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극장의 입장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극장의 사회적 책임감 부분에 무게를 실을 수는 있겠으나 넷플릭스 영화의 상영 논리가 탄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의 보이콧은 결국 한계가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집에서 관람할 것이고, 미가입자나 가입자 중에서도 대형 화면으로 보고 싶거나 그 외 상영관을 찾을 다른 이유가 있는 관객은 극장을 찾을 것이다. 물론 단순한 문제는 아니나, 그간 영화의 굵직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소비자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 nyc@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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