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잔①] 'SNL9' 정성호 "김건모母 패러디, 신동엽이 꿀팁 전수"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6.02 10: 00

"정권 교체, 'SNL9' 놀 터가 넓어졌어요"
한 때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프로그램이 이젠 안방에 매주 '사이다 풍자 웃음'을 투척하고 있다. tvN의 '미운우리새끼'와 같았던 'SNL 코리아'가 주인공.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심을 잃었다", "너무 눈치 본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던 'SNL 코리아'가 올해 시즌9를 맞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중심에 크루 정성호가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얼굴 천재'로 불리는 그다. 시즌 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는 그는 특히 천부적인 성대모사와 패러디 재능으로 안방에 톡톡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지난달 끝자락 망원동 한 카페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정성호를 OSEN이 만났다. 

지난해엔 마음껏 하지 못했던 정치 풍자를 시즌9에선 원없이 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 그의 얼굴에서 순간 한석규, 서경석, 고국,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그가 패러디한 인물 모두가 스쳐지나갔다. 성대모사를 라이브로 보고 있는 듯한 배꼽 빠지게 유쾌했던 인터뷰 그 날로 돌아가 본다.
◆"고국 캐릭터, 누구나 따라할 수 있어요."
올해 'SNL9'은 초심으로 돌아가 제대로 웃기겠다며 칼을 갈았다. 특히 지난달 열린 대선을 아이돌 센터 결정전에 빗대어 풍자한 코너 '미운우리 프로듀스101(이하 미우프)'는 매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정성호는 안연정(안희정 충남지사), 김종이(김종인 전 국회의원)로 분했는데 공교롭게 두 사람 다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해 그의 캐릭터 역시 중도하차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에게는 김건모 모친 캐릭터가 있다. 
"평소에도 정치 이슈와 뉴스를 많이 챙겨 보죠. 그런데 제가 따라한 분들이 모두 대선 전 너무 빨리 내려오셔서 하하. 어쩔 수 없이 서브 캐릭터로 작가님이 김건모 어머니를 해 보라고 생방송 당일에 얘기하더라고요. 가발만 쓰고 나갔는데 그 캐릭터가 더 터졌죠. 개인기 하나 없는 신동엽 형이 저를 가르쳤어요. 최대한 영상을 많이 보면서 톤을 잡고 대사를 따라하는 게 노하우인데 신동엽 형한테 간신히 허락 받고 무대에 올랐답니다."
'미우프'는 지난달 9일 대선이 끝나면서 막을 내릴 코너였다. 하지만 워낙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문재수(김민교 분), 안찰스(정상훈 분), 레드준표(정이랑 분), 심불리(이세영 분), 유목민(장도윤 분) 등 인기 캐릭터를 버리기 아까워 시즌2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수가 센터로 결정된 이후의 에피소드를 매주 정치 이슈와 접목시키는 것. 여기서 정성호는 모처럼 길게 갈 인물을 맡았다. 조국 민정수석을 따라한 고국 분장수석이다.
"제작진이 고국 캐릭터를 한 번 해 보자고 했어요. 하겠다고 했죠. 포인트는 쉬워요. 그윽한 눈빛을 하고 말보다 고개를 먼저 끄덕거리면 되죠. 경청에 익숙한 분이시거든요. 왼쪽 입이 살짝 올라간 듯한 비대칭에 커피 한 잔을 들고 한 팔에 뭔가를 걸치고 있으면 바로 고국이랍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되지 않도록 재밌게 잘 해 볼게요."
◆"잘못한 건 혼날 테니 마음도 열어주세요"
지난해 'SNL 코리아'는 유난히 시청자들의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 단순히 정치 풍자가 줄어들었다는 지적 외에도 크루들의 크고 작은 잘못으로 프로그램 자체에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마냥 유쾌하게 입담을 쏟아내던 정성호도 이 부분에서는 진지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건넸다. 잘못은 사과하면서 시청자들의 조금은 넓은 아량을 부탁하는 마음이었다. 
"시즌8은 전화위복 중 '전화'였다고 봐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국민들의 화도 많았던 한 해였고요. 여러모로 불신이 너무 심했던 2016년이었죠. 시청자들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그들을 위해 방송하는 건데 잘못 건들면 어려움이 크죠. 주인은 시청자니까요. 불편해하시지 않도록 저희가 좀 더 조심스러워 해야 했는데 죄송할 따름이에요."
"작년 중반까지 쌓아놨던 사랑을 작은 실수로 잃고 말았죠. 그래서 이번 시즌 모토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거였어요. 다시 시청자들을 불러오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확실히 생방송이다 보니 다른 방송보다 조심스러워 해야 하겠죠. 크루들에게 걸려 있는 많은 식구들이 있잖아요. 우리의 행동 하나에 다 잃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겠지만 좀 더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프로그램이 시청자 위에 있진 않으니까 조금은 예쁘게 봐주세요."
◆"'SNL'만의 트렌디한 풍자를 기대해주세요"
대선 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수 캐릭터로 자신을 따라하는 김민교를 실제로 만나 "정말 잘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치가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게 좋아요. 앞으로도 웃음 많이 주시라"고 덕담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13일 안방에도 전달돼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이를 지켜보는 정성호는 좀 더 특별한 마음이었을 터. 그가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종종 따라했던 이유에서다.  
"정권이 바뀌니까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색깔이 다 바뀌었어요. 'SNL'에서 한동안 패러디와 풍자를 못한 적도 있잖아요. 그 때가 단색이었다면 지금은 컬러풀하게 놀 터가 바뀌고 넓어졌죠. '미우프' 캐릭터랑 당시 대선후보자들이 만나는 장면은 본 방송 전 1차 공연 리허설 때 영상으로 처음 봤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한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었죠. 왜 그동안 우리가 못했을까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김민교가 부럽기도 했고요."
"마냥 풍자만 하는 건 'SNL'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 그분들을 비하하거나 희화화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죠. 풍자 역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맞아 떨어지고 약자를 대변해서 긁어줄 때 더 시원한 법이고요. 그냥 똑같이 하거나 말을 그대로 쓰는 건 풍자가 아니라 인용이잖아요. 잘못된 건 호되게 지적 받아서 제대로 사과할 테니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 즐겨 주시길 바라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 tvN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