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잔②] 정성호 "추사랑에 홍상수까지..60명 성대모사 가능"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6.02 10: 00

(인터뷰①에 이어)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정성호는 그동안 60명이 넘는 인물을 따라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흥미로운 캐릭터를 캐치하는 게 1단계, 그 다음엔 영상을 보며 연구하고 공부하며 실제 인물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패러디하고 있다는 그다. 포인트를 캐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마치 영어 공부할 때처럼 어느 순간 귀가 탁 트이는 순간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대모사? 어렵지 않아요"
정성호는 이를 설명하면서 기자 앞에서 끊임없이 성대모사 메들리를 엮어냈다. 어쩜 그렇게 하는 것마다 똑같을 수 있는지 눈으로 보면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성별, 나이, 캐릭터, 말투 등 모두 다른 인물들인데도 정성호의 성대와 얼굴을 거치면 그대로 재현되는 상황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러니 '얼굴 천재', '성대모사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저한테만 특화된 재능이 아니에요. 평범한 분들도 분명 할 수 있어요. 영어를 배우듯이 어느 순간 탁 그 상대의 목소리 포인트가 들린다니까요. 재밌는 일인데 다들 두렵고 망신 당할까 못하는 거죠. 저 역시 제작진이 시키면 무조건 맞춰보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요. 못하겠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죠. 자신감을 갖고 계속 연구하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어요."
정성호가 기억하는 분장이 가장 오래 걸렸던 캐릭터는 김영만 종이접기 아저씨를 패러디한 영맨이었다. 그 캐릭터 분장이 4~50분 정도 걸렸다고. 반면 가장 간편한 패러디는 바로 요새 하고 있는 김건모 모친이다. 가발 쓰고 뿔테만 쓰면 분장 끝이라는 것. 특별한 것 없는데도 그가 분장하고 스탠바이를 하면 방청객들은 웃느라 바쁘다. 그래서 생방송 중 카메라 밖 방청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게 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SNL9'에서는 고국이랑 김건모 모친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리고 홍상수 감독도 어떻게든 하고 싶고요. 흉내라는 게 잘못 패러디하거나 해서는 안 될 부분을 짚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따라하는 분들이 저를 통해 더 사랑 받도록 패러디해야죠. 그분들 덕을 받아서 제가 따라할 수 있는 거니까요. 모두가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 미친"
정성호가 가장 좋아하는 댓글이 바로 이러한 직설적인 반응이란다. '천의 얼굴', '얼굴 대통령' 이런 칭찬을 들으면 "내가 실망은 안 드렸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1998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년째 개그만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따라한 모두에게 축복하면서 자신의 모사 인생을 곱씹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임재범, 서경석 선배고요. 허무맹랑하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건 자이언티, 버벌진트, 추사랑 패러디요(웃음). 제일 많이 따라한 인물도 서경석 선배인 것 같아요. MBC 공채 시험을 서경석 선배 모사로 봤으니까요. 선배들이 하도 많이 시켜서 100만 번은 넘게 한 것 같아요. 그 만큼 서경석 선배가 많이 챙겨줬죠."
"한석규 선배는 아직도 본 적이 없어요. 언급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렇게 못 보는 게 더 애틋하고 좋은 것 같아요. 마치 첫사랑의 추억처럼 따뜻하게요(웃음). 호스트로 나와 주신다면 '할렐루야 만만세'일 텐데 하하. '우리 성호가 이렇게 잘해요(한석규 성대모사)' 이런 엔딩 코멘트도 해 주신다면 말이죠."
"안윤상, 배칠수, 전영미, 김미진, 임준혁 등 선후배 코미디언 중에 저보다 뛰어난 패러디 장인이 많아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남보원, 백남봉, 최병서, 김학도 선배도 있고요. 각자의 특화된 파트가 있어요. 저는 우리 모두 꾸러미 안에 있는 열쇠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각자 딸 수 있는 게 다르듯 맞춤형 캐릭터가 있으니까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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