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새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31)는 올 시즌 개인사와 잦은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구단 안팎에서는 “미리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대세는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일단 던진 경기에서 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3경기에서 13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은 1.38로 좋았다. 약점도 분명히 있지만 제구가 나쁜 편이 아니라 쉽게 무너질 만한 선수는 아니라는 내부 평가도 있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일단 다이아몬드를 안고 가는 쪽을 선택했다. 여기에 이미 대니 워스를 퇴출시킨 SK로서는 외국인 교체 카드가 한 장밖에 없었다. 현 시점에서 다이아몬드만한 완성도를 가진 투수를 영입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예산도 예산이었다. 결국 다이아몬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는데, 복귀전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다이아몬드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32일 만에 복귀전을 가져 6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초반부터 터진 타선 지원까지 등에 업고 시즌 2승째를 따냈다. KBO 리그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기록했다.
두 차례의 2군 재활 등판에서 최다 투구수가 68개였던 다이아몬드였기에 이날 첫 등판은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80개의 투구수가 미션으로 떨어졌다. 연이은 대승으로 불펜 여력이 충분한 SK였기에 다이아몬드가 5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이날 경기 자체의 기대에는 충분히 부응했다. 예상보다 많은 6이닝을 소화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0㎞ 초반대였지만 초반에 제구가 다소 뜨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도 돋보였다.
다이아몬드의 공이 체감적으로 위력적이지는 않은지 kt 타자들의 배트는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그러나 제구가 되고 공 끝의 변화가 있는 다이아몬드의 공은 자꾸 조금씩 도망갔다. 이날 다이아몬드는 갈수록 내야 땅볼의 비율이 높아졌고, 피장타는 딱 한 개밖에 없었다. 비록 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한 kt였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의 투구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기 후 다이아몬드는 "마운드에 돌아와 매우 짜릿한 기분이었다. 팀에 다시 기여할 수 있게 돼 매우 좋은 기분이다. 로맥을 비롯한 팀 동료들이 타격 쪽으로 나를 많이 도와줘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다"라면서 "경기 전 비디오를 많이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고,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것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다이아몬드는 SK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다. 김광현이 빠진 상황에다 젊은 투수들은 아직까지 필연적으로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켈리, 윤희상과 함께 팀 선발진을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야 그 우산 속에 젊은 투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다이아몬드는 올해 민감한 부위인 어깨에 통증을 호소해 한 달을 쉬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잔부상이 많은 선수였다. 또한 아직까지 완벽하게 않은 체력도 보완해야 한다. 외국인 선발이라면 100개 정도는 무난하게 던져야 하는데 다이아몬드는 아직 이 수준이 아니다.
물론 이 문제는 건강하다면 차츰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이아몬드는 "건강하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비교적 흔들림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됐다. 반대로 건강 문제에서 한 번 더 삐끗하면 SK는 교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