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대립군' 이정재가 묻고 여진구가 답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01 16: 53

 좋은 왕, 훌륭한 지도자는 과연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 걸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난 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자문해봤을 듯하다. 국가 지도자의 존재 이유는 다른 나라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지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주제를 분명히 갖고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국가의 일을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원칙을 지킬 것인도 명확해야 한다. 또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행동 방법을 정할 때도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한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는 면모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은 국민의 대표로서 법과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국가적 불행을 안겼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현 우리의 정치상황과 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이 있어 공감대를 자극한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당시, 도성을 떠나 피란한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돼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 분)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4대 왕 선조는 왜군의 침입에 도성을 버리고 명나라로 피란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아들인 광해에게 분조를 맡겼다. 국가를 제대로 재건했다면, 선조는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위대한 군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조는 일본의 침략을 내다보지도 못했고 전란 뒤에도 제대로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광해와 대립군들이 나라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전쟁영화 같지만, 알고 보면 국가의 왕이자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상기시킨다. 왜적의 침입을 겪었던 1592년의 사회 분위기를 통해 지난해 국정 공백사태로 고통받았던 우리 나라 국민들의 모습이 겹치게 하며, 그 고통에 대한 책임이 지도자에 있음을 암시한다.
무엇보다 관객들을 감동으로 이근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본인의 목숨보다 동료들의 목숨이 더 소중했던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의 이정재, 아버지를 대신해 나라를 지켜야 했던 어린 왕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 생존을 위해 대립군 동료들을 생각하는 곡수 역의 김무열이 남다른 호흡을 완성했다. 주연 배우 이외에도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눈을 뗄 수 없는 열연을 펼쳤다.
'대립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건넨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주며 광해와 대립군, 민초들의 행동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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