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전 2루수인 김성현(30)은 지난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8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2루수로서는 충분히 좋은 타격 성적이었다. 연봉도 2억8000만 원으로 많이 올랐다.
그런 김성현은 올해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다. 4월 한 달 동안 22경기에서 타율이 2할2푼7리까지 추락했다. 타격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수라 올해도 3할 언저리의 타율을 기대했지만 완전히 동 떨어진 성적이었다.
김성현 스스로는 고개를 젓지만, 스프링캠프에서의 부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성현은 캠프 당시 엉덩이 등 몇몇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성현이 잔부상으로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 초반 부진의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그랬던 김성현이 5월 들어서는 완연한 상승세다.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김성현은 5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를 기록했다. 5월 타율만 놓고 보면 리그 전체 27위에 해당하는 성적에 시즌 타율도 2할7푼9리까지 올라왔다. 5월 중순에서 말에는 놀라운 안타 행진으로 시즌 타율을 3할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고무적인 것은 출루율이다. 김성현은 5월 한 달 동안 4할에 가까운 출루율(.398)을 기록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성현의 출루율이 좋고, 런앤히트 등 작전수행능력도 좋다. 로맥이나 다른 선수도 있지만 김성현이 지금 워낙 잘해주고 있어 2번에 기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김성현의 5월 출루율은 팀 내에서 최정, 제이미 로맥에 이어 3위였다.
김성현은 이에 대해 겸손하게 말한다. 김성현은 “일시적으로 잘 맞는 것일 뿐, 현재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이 조금 더 꾸준하게 이어지면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5월 들어 첫 홈런포를 터뜨렸고, 무엇보다 5월 24경기에서 실책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공·수 모두에서 안정감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현은 SK 내야에서 중요한 선수다. 유격수 포지션은 나주환과 박승욱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그러나 2루수는 사실상 김성현 고정이다. 보통 유격수가 내야의 사령관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SK의 경우는 김성현이 사령관이다. 빈번해진 SK의 수비 시프트 등도 총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다. 김성현도 “내야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웃어넘긴다.
SK는 김강민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해 타순 유연성이 좋아졌다. 김성현은 또 하나의 키다. 지난해부터 여러 타순을 오가며 활약했다. 이상하게 특정 타순에서 약한 면모가 있는 SK의 몇몇 선수들과 달리 김성현은 그런 점이 없다는 게 현장의 높은 평가다. 상승세를 이어가며 SK 내야의 든든한 핵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